성범죄자 유전자 은행 논란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6시 04분


검찰이 성폭력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정보은행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이 추진하는 유전자 은행은 금고 이상 실형이 확정된 성폭력 사범의 혈액 등을 뽑아 개인 염색체를 식별할 수 있는 자료를 보관해놓고 있다가 성폭력 범죄 발생시 수사 자료로 활용한다는 것.

검찰은 유전자 은행의 운영을 통해 미제 사건 수사에서 범죄자를 신속하게 검거하거나 성폭력 범죄인의 재범을 막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 정보 은행은 95년 1월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검찰 등이 독자적으로 법안을 마련해뒀으나 국내 사회 단체 등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반대해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영국은 95년부터 각종 범죄자를 대상으로, 미국은 98년부터 5개 주에서 성폭력 사범을 대상으로 유전자 정보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대검찰청 과학수사과 이승환(李丞桓) 보건연구관은 21일 여성부가 주관한 '성폭력 근절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성범죄는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유전자 정보 은행 신설을 위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내 인권 단체는 실형을 복역중인 재소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혈액 등을 채취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의 장윤경 원장은 "외국에서도 실효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은행을 서둘러 신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전자 정보 은행이 신설되면 계좌추적 제도와 마찬가지로 국가 기관이 입력된 유전자 정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쏟아져 나왔다.

인권운동사랑방의 이주영(李周映)씨는 "유전자 정보은행 신설 이전에 개인의 유전 정보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 5년 이내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아 이와 관련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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