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사회 '휴가파업' 갈등

  • 입력 2002년 11월 5일 23시 11분


사상 초유의 ‘공무원 연가(年暇) 파업’이 공무원 조직 내부에 적지 않은 갈등과 파열음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간부 공무원과 노조원, 적극 참여자와 불참자 사이의 반목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점차 표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만간 각 자치단체들이 행정자치부의 지시에 따라 연가 파업 참여 공무원에 대한 징계절차에 들어갈 경우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5일 오전 경남도청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에는 A국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익명의 글이 올라 사태의 심각성을 예고했다.

▼관련기사▼

- 정치권 공무원 집단행동 우려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이 네티즌은 “부지사에게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노조원들에게 큰소리를 치며 탄압했다”고 비난했고 이에 동조하거나 반박하는 글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전남 여수시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에는 “정부가 시킨 대로 죽는 시늉을 하면서 탄압하는 시청 간부들과 총무과, 감사실을 박살내야 한다”는 글이 올랐다.

반면 부산시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에 한 네티즌은 “부산지역 노조본부장은 숨어 다니지 말고 당당하게 잡혀가서 투쟁하라”며 노조 지도부를 공격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각 지역 공무원 노조가 이번 집회를 앞두고 모금한 ‘노조 발전기금’을 낸 간부 공무원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남도는 4, 5급 간부 17명이 120여만원을 기탁한 것과 관련해 “인사 때 참고하겠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노조측은 “순수한 취지를 왜곡하는 쓸데없는 처사”라며 맞서고 있다.

4일과 5일 울산과 경남 등 각 자치단체 부서장들은 소속 직원들에게 일제히 전화를 걸어 파업동참 자제를 촉구하는 ‘선무 활동’을 벌였고, 이에 맞서 공무원 노조측은 노조원들에게 “부서장의 전화에 현혹되지 말라”며 맞불작전을 놓으면서 극도의 신경전을 벌였다.

이번 파업에 일부 ‘힘있는 부서’와 각 실국의 주무과 직원 상당수가 동참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노조에서는 “승진 등을 염두에 둔 때문 아니겠느냐”고 비난했다.

부산시의 한 공무원은 “노조원이나 간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소신에 따라 행동한 것을 두고 지나치게 몰아붙이거나 ‘집단 따돌림’을 한다면 조직의 화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4일까지 연가 신청을 낸 6급 이하 공무원은 경남 9681명, 울산 1056명, 충북 640명, 부산 620명, 전남과 인천 각 400여명 등 모두 1만8000여명이었다. 또 5일에는 전국적으로 2만여명이 연가 신청을 냈고 이 중 5500여명이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공노는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파업에 대한 찬반 투표 결과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오자 4, 5일 연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창원〓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