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백일장 "한글은 한국의 가을처럼 예뻐요"

  • 입력 2002년 10월 8일 23시 12분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중화전 앞 광장에서는 연세대 한국어학당 주최로 ‘제11회 전국 외국인 한글백일장’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68개국 1072명의 외국인들은 화사한 가을 햇살 속에서 아름다운 우리 글 솜씨를 마음껏 뽐냈다. 러시아 유학생 스테그니 다샤(22·여)는 “한글은 글자모양이 오밀조밀한 게 너무 예쁘다”며 “된소리가 많은 러시아어에 비해 한국말은 나긋나긋한 묘미가 있어 사랑을 속삭이는 데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가한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한국말은 익히기가 어렵지만 막상 배우고 나면 예절과 친절이 배어 있는 훌륭한 언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들은 최근 한국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유행어나 비속어가 아름다운 한글을 파괴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 일본인 참가자는 “인터넷에서 ‘방가방가’ ‘안냐세요’ 등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고생한 경험이 있다”며 “TV에서도 가끔 비속어가 튀어 나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한글날인 9일에는 한글학회 주최로 ‘제10회 온겨레 한말글 이름 큰 잔치’가 열린다. 이날 행사에서 ‘으뜸상’을 받는 차명오씨(44·전남 나주시 다도중 교사)는 순우리말 이름 예찬론자다.

동료교사의 큰딸 남이랑양(7)의 이름을 지어준 차씨는 “순 우리말로 이름을 지으면 부르기도 좋고 남들이 쉽게 기억하며 정서순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부부를 중심으로 자녀 이름을 순 우리말로 짓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장점을 살리려는 측면이 강하다.

지난해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어디에 가든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김자랑찬’이라고 지은 김재훈씨(37·서울 양천구 목동)는 조카에게도 ‘세상을 꿈과 사랑으로 가득 채우라’는 의미에서 ‘유채울’이라는 우리말 이름을 지어줬다.

순 우리말로 이름을 지은 어린이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이다부진군(13·경기 의왕부곡중 1년)은 “동생 야무진(12)이와 함께 어디에 가든지 남들이 쉽게 기억해 줘 금세 유명 인사가 된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연세대 사회교육원의 배우리 교수는 “순 우리말 이름을 너무 쉽게 지으면 부르기에 다소 어색해질 수 있다”며 “성과 이름이 조화되고, 부르기에도 어색하지 않도록 잘 지으면 순우리말 이름의 탁월함이 돋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