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부평젓줄 골포천 "우리가 살려요"

  • 입력 2002년 10월 8일 17시 46분


인천 부평구 갈산중 환경부에서 활동하는 38명의 동아리생들은 고춘환 지도교사와 함께 5일 생태 하천으로 변신한 서울 양재천과 경기 수원시 수원천을 돌아보았다.

학생들이 학교 담장에서 20m 가량 밖에 떨어지지 않은 굴포천의 현주소를 정확히 알아보려고 다른 하천에 대한 체험답사에 나선 것.

시커먼 물에다 악취가 진동하는 굴포천에 비해 이들 하천에서는 맑은 물 속에서 물고기가 떼지어 다니고 있었다. 5년 전만해도 더러운 생활 하수가 흐르던 수원천에는 분수대 등 조형물까지 설치돼 있어 동네 어린이들이 신나게 뛰어 노는 ‘수변 공원’으로 자리잡았다.

환경부 반장 조설희양(15·3년)은 “양재천은 공사 중이어서 물이 약간 탁했지만 물고기가 노닐고 있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수원천은 물이 매우 맑았다”며 “굴포천도 이처럼 가꿔야한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환경부 학생들과 같이 인천 부평지역 주민들도 부평 도심에서 경기 김포시 신곡리 앞 한강까지 이르는 총길이 17.8㎞의 굴포천을 살리려는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 50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한 ‘굴포천 살리기 시민모임’(상임대표 신종철 목사)은 굴포천을 청소하면서 생태하천으로 가꾸기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www.gulpo.org)에는 굴포천의 유래, 수질오염 측정 현황, 동영상 모습 등 각종 자료가 올라있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매달 굴포천 천상교(계산택지지구 인근) 지점에서 수질검사를 벌인 결과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3월에 최악의 수치인 107ppm에 달했고 9월에 17.4ppm이었다. 이는 하천 5급수 기준(10ppm 이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시민모임은 2년 전부터 굴포천의 악취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것을 인천시에 요구했다.

인천시는 굴포천으로 유입되는 오폐수를 경기 부천시 오정구 대장동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길이 16.2㎞의 차집관 매설공사를 2004년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차집관 완공 이후 굴포천이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乾川)’으로 변모해 또 다른 생태문제를 일으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민모임 박남수 집행위원장(57)은 “1단계 차집관 공사를 마친 부평구 삼산동 일대에는 각종 쓰레기가 넘쳐나고, 웅덩이가 생겨 수인성 전염병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차집관 공사를 마치면 생활하수가 별도로 처리되기 때문에 비가 내릴 때만 물이 흐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김포시 신곡펌프장에서 한강물을 퍼올려 부평지역 논까지 공급하는 폭 10m의 농업용수로를 활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용수로는 굴포천과 바로 붙어 있어 신곡펌프장에서 하루 4만t가량의 한강물을 댈 경우 깨끗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부평지역 20, 30대 청년들로 구성된 굴포천청년회(회장 김희춘)는 “농수로를 생태하천으로 가꾸자”며 3, 4일 부평구 삼산동 주공아파트 ‘미래타운’ 앞의 농업용수로에서 낚시대회와 영화제를 열었다.

인천시 관계자는 “건천에 대비해 부평정수장, 지하철 용수 등을 굴포천으로 끌어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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