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비리 백태]돈받고 변호사 명의 빌려주고

  • 입력 2002년 10월 4일 18시 40분


변호사가 청와대 요원을 사칭, 숙박비를 내지 않고 오히려 호텔 직원을 폭행까지 해 징계를 받는 등 변호사 비리가 위험 수위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법무부가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비리 혐의로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받은 변호사는 21명으로 전년도 13명보다 61.5% 늘어났다.

올해의 경우 A변호사가 매달 400만원을 받고 변호사 명의를 빌려줬다가 제명된 것을 비롯해 모두 9명이 징계를 받았다.

징계 사유별로 보면 변호사가 피의자의 범죄에 가담하거나 사건 은폐 조작에 개입하는 등 비리 혐의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900억원대 금융사기범으로 해외로 도주한 변인호(卞仁鎬)씨의 변호인인 B변호사는 변씨의 구속집행정지 청탁과 함께 서울구치소 의무관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가 정직 2년의 징계를 받았다.

C변호사는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당시 현대측 대책회의 자문역을 맡아 사건 관련자의 범위를 실무자 선으로 축소하는 데 개입한 혐의로 견책 처분을 받았다.

또 D변호사는 사건 청탁 명목으로 3500만원을 받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 추징금 3500만원의 실형 선고와 함께 정직 2개월에 처해졌으며 E변호사는 검사 재직 당시 수사한 사건을 다시 맡아 과태료 300만원을 물었다.

F변호사는 청와대 요원 등을 사칭해 호텔숙박비 3500만원을 내지 않고 호텔 직원을 폭행한 뒤에도 국유지 매도를 위한 이행보증금을 의뢰인에게 돌려주지 않아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았다.

G변호사는 향정신의약품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감된 재소자를 접견하면서 담배 9개비를 건네준 혐의로 정직 2개월에 처해졌다.

한편 H변호사는 강제조정 조서가 송달됐는데도 의뢰인에게 알려주지 않았으며 J변호사는 공탁금을 받고도 공탁을 걸지 않아 의뢰인 월급이 가압류되게 하는 등 ‘부실 변론’ 사례도 많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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