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교육비 세계 1위의 나라

  • 입력 2002년 10월 3일 18시 18분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중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는 조사결과(지표로 본 대한민국)는 총체적으로 부실한 우리 공교육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부끄럽고 충격적이다.

사교육비를 이처럼 쏟아붓는 이유는 물론 대학입학 때문이다. 그렇게 막대한 사교육비를 써서 대학에 입학했지만 대학에선 학생들의 수학과 과학 등 기초학력 부족을 개탄한다. 영어실력의 일면을 드러내는 토플 점수는 155개국 중 119위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물론 토플이 학력 전부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퍼부은 사교육비의 결과치고는 참담하다는 느낌이다.

그것뿐인가. 애써 대학에 들어가고도 해외유학이나 연수를 위해 휴학하는 대학생은 날로 늘고 있다. 미국유학생 중 우리나라는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세계 네번째로 많다. ‘기러기 아빠’와 이민이 늘어나는 이유의 상당수가 교육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 교육의 경쟁력이 국민의 기대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학교에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기에 저마다 이처럼 막대한 사교육비를 퍼부어야 하는지 분노하게 된다. 자식교육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국민의 정서다. 그런데도 교육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부동산값 안정을 위해 학교가 움직여야 한다는 수준이다.

세계가 지식 정보화사회로 나아감에 따라 앞으로의 국가 발전은 인재 양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안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출혈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 사교육비의 극히 일부분만 수렴하여 공교육에 투자한대도 우리 교육의 질은 향상될 수 있다. 대학도 이제 교육소비자와 시장의 요구에 맞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 후보자들마다 ‘교육 대통령’을 공약하고 나섰다. 학교가 일부 교사와 교육공무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한, 더 늦기 전에 공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개혁조치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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