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재개발 현장을가다]②서울시 구상과 대안은…

  • 입력 2002년 9월 29일 18시 02분


과거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된 서울 성북구의 한 단독주택 단지. 주변의 아파트단지와는 달리 폭 4m의 좁은 도로를 중심으로 수백가구의 낡은 단독주택이 밀집돼 재개발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 안철민기자
과거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된 서울 성북구의 한 단독주택 단지. 주변의 아파트단지와는 달리 폭 4m의 좁은 도로를 중심으로 수백가구의 낡은 단독주택이 밀집돼 재개발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 안철민기자
서울 강북지역을 적극 개발해야 하는 것은 강남지역 집값 폭등과 맞물려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당위(當爲)’가 됐다. 서울시가 그동안 민간에 맡겨 놓았던 재개발사업에 개입해 인근 몇몇 사업구역을 묶어 광역화해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을 지원하고 도시개발공사 등의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자치단체가 개입하면 재개발은 과연 활기를 띨 수 있을까. 나아가 강북의 주거 및 교육환경과 집값 등도 강남만큼 오를 수 있을까.

▽서울시 구상〓강북지역에 80%가 집중된 재개발사업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이 희박하기 때문. 기본계획 수립에서 재개발조합 해산에 이르는 복잡한 절차를 밟다보면 보통 십수년이 걸리지만 용적률 규제, 국공유지 매입, 도로개설 부담 등으로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 관련 주민들의 얘기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최근 ‘지역 균형발전 촉진지구 지원조례’를 만들어 재개발사업 블록을 몇 개씩 묶고 시에서 도로 등 기반 시설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는 다음달 28일 발표될 ‘시정운영 4개년 계획’에 이를 포함시키고, 시내 낙후지역 1, 2곳을 시범단지로 조성하는 청사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글 싣는 순서▼

- ①지지부진한 사업 현주소

서울시 진철훈(秦哲薰) 도시계획국장은 “이미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한하지 않고 앞으로 재개발 대상으로 꼽히는 지역까지 하나의 큰 블록으로 묶어 광역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문승국(文承國) 서울 성북구 부구청장은 “과거 토지구획정리사업을 벌여 비교적 반듯하게 조성된 단독주택단지도 노후주택이 많으면 이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이 같은 서울시의 구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본 방향에는 찬성하지만 실현가능성은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나의 재개발구역만 해도 주민들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사업 추진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형편인데 여러 곳의 재개발 대상을 하나로 묶기란 쉽지 않다는 것.

문 부구청장은 “이미 조합이 결성돼 시행사 선정 등이 끝난 재개발구역이 끼어 있으면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하지 않고는 권한 조정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인택(林寅澤) 건설교통부장관도 24일 국정감사 답변에서 “강북지역의 계획적인 재개발은 어려움이 많고 사업도 평균 12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현실성이 낮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교통난 등 난개발에 대한 우려다.

▽교통난 해결할 비책 있나〓재개발이 이루어진 뒤로 격심한 교통난을 겪고 있는 지역은 서울 도심과 동북부를 잇는 도봉로와 삼양로, 미아로 등이다.

러시아워에는 이미 차량 평균 주행속도가 시속 10㎞를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진행 중인 5만 가구 규모의 재개발 재건축이 끝나면 성북 강북 노원 도봉구 일대 주민들은 더욱 심한 교통체증을 겪게 된다.

이는 개발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 없었던 탓이다.

서울시와 동북부 4개 구청은 △미아고가차도 철거 △월계로 미아로 확장 △미아 삼양선 경전철 조기건설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토지보상과 상권변화 등에 대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재개발 대상구역이 62곳이나 되는 성북구는 ‘서울에서 가장 시끄러운 동네’로 불리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공사장 소음으로 성북구의 소음관련 민원은 2000년 172건에서 지난해 290건, 올해는 상반기에만 408건으로 급증하는 추세이나 뾰족한 대책은 없다.

▽대안은〓강북 재개발의 목적을 주택 공급물량 확대에 맞춰서는 이 같은 부작용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고 강북만의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金炫我) 책임연구원은 “주민들의 이주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급 아파트를 대규모로 건설한다면 강남과 똑같은 전세난이 강북에서도 일어날 것”이라며 “강북이 주택 공급논리에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북 재개발은 주거환경의 질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정비에 그쳐야 하며, 주택공급은 수익성이 높은 수도권 신도시 건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도 “강북 재개발은 전면적인 ‘철거 재개발’이 아니라 낡고 불량한 요인을 제거하는 데 그치는 ‘개량 재개발’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 재개발사업의 유형
유형내용
철거 재개발열악한 환경을 완전히 제거하고 전면 재개발을 통해 토지이용의 경제성 극대화
수복 재개발극히 낡고 불량한 요인을 제거하고 최소한의 공공시설을 확보하는 소극적인 도시 재개발
보전 재개발앞으로 악화될 염려가 있거나 역사적 문화적으로 보존해야 할 경우 용도를 규제하고 건축을 제한
개량 재개발지구 내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재개발로 철거 재개발의 반대개념
순환 재개발인접 재개발구역 또는 하나의 재개발사업 시행지구를 여러 개의 공구로 분할, 순차적으로 시행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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