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산림청 '유명산 자생식물원' 개원

  • 입력 2002년 9월 18일 17시 58분


돌보는 이 하나 없어도, 추운 겨울이 찾아와도 스스로 살길을 찾는 강한 생명력의 한국 토종 자생식물(自生植物).

호랑이가 등을 긁을 때 쓸 정도로 잎이 각지고 날카로운 ‘호랑가시나무’, 향이 백리(百里)를 간다 해서 붙은 ‘백리향’, 열매의 아름다움이 금 100냥 가치라는 ‘백량금’, 사약의 재료로 쓰였다는 ‘천남성’, 비슷하게 닮았지만 아니라는 뜻에서 붙은 ‘나도양지꽃’, 파리 등 해충이 꼬여 애초에는 똥나무로 불렸으나 어감이 안 좋아 언제부터인가 이름이 바뀐 ‘돈나무’, 열매 모양이 구슬과 비슷하고 맛은 잣과 밤을 섞은 듯하다는 ‘구실잣밤나무’ 등등.

한국 자생식물은 그 이름부터 사연이 깊으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 같은 한국 자생식물은 지금껏 야산에 흩어져 말 그대로 ‘자생’하고 있었으나 산림청이 최근 경기 가평군 설악면 가일리 유명산휴양림 내에 ‘유명산 자생식물원’을 세우면서 일반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몇몇 뜻있는 인사들이 사재를 털어 용인시의 한택식물원과 같은 자생식물원을 운영해 왔으나 정부 차원에서 자생식물을 보존하고 일반인에게 알리려고 세운 식물원은 이곳이 최초다.

7일 문을 연 이 식물원은 2만4000여평 규모로 식물의 특성에 따라 난대식물원, 향료식물원, 습지식물원, 우리꽃길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현재 모두 364종 48만9000여 포기의 자생식물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자생식물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소 다르지만 이곳에서는 ‘수수꽃다리(라일락)’가 미국으로 건너간 뒤 다소 변형돼 ‘미스킴라일락’이라는 새 이름을 달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온 경우나 중국산이지만 이제는 한국에 귀화한 ‘옥잠화’도 포함시키는 등 넓은 의미의 자생식물을 선보이고 있다.

식물원은 나무로 만들어진 생태길을 따라 조성돼 있어 산책하듯 편안하게 자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관리인 겸 해설사로 일하는 직원 조민희씨(28)는 “이 식물원은 자생식물 보존과 볼거리 제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두고 설립됐다”고 말했다.

자생식물들이 9월 이후에는 월동준비로 제 모습을 감추기 때문에 개장은 9월 말까지. 내년 개장은 5월경으로 예정돼 있다.

식물원측은 해설사를 고정 배치하고 식물을 분양해 줄 만큼 여력이 생길 때까지는 무료 입장시킬 예정이지만 유명산휴양림 입장료(성인 1000원, 어린이 600원)는 내야 한다.

식물 보호를 위해 예약제로 하루 600명까지 입장시키고 있으며 열매를 따거나 뿌리를 캐 가는 것은 엄격히 규제된다.

▽가는 길〓서울에서는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를 이용, 46번 국도인 경춘가도를 타고 춘천방면으로 진행하다가 신청평대교를 건너 37번 국도를 따라 약 15분 더 달리면 유명산 자연휴양림 이정표가 보인다. 6번 국도를 타고 양평에서 중미산 방향으로 좌회전해 5분 정도 더 가면 된다. 주행 도중 주변 경치에 빠져 시선을 빼앗기면 사고 위험이 높으므로 안전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031-585-9643, 589-5487

가평〓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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