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봉사자 부상 속출 보상책없어 발만 동동

  • 입력 2002년 9월 16일 18시 50분


태풍 루사로 인한 수해 현장에서 작업하던 자원봉사자들이 작업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나 마땅한 보상책이 없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수해 지역에 대한 응급복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자원봉사자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 농작물 관리 등 할 일이 태산 같은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자원봉사자 사고〓10일 오후 1시40분경 강원 삼척시 근덕면 수해 복구현장에서 일하던 중 작업 차량에서 떨어져 뇌사상태에 빠졌던 개인택시 운전사 김남태씨(51·강원 원주시 일산동)가 15일 원주의료원에서 숨졌다. 김씨는 동료 운전사 38명과 함께 수해복구 자원봉사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에 앞서 9일에는 삼척시 미로면에서 복구작업을 하던 자원봉사자 고진식씨(48)가 중장비에 부딪혀 중상을 입었다.

지난달 31일 삼척시 미로면 고천저수지의 붕괴를 막기 위해 골재 지원 요청을 받고 현장에서 작업하던 자원봉사자 임양혁(50) 최선돈씨(49)도 인근 오십천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마땅한 보상책이 없어 대부분 자비로 치료받고 있으며 15일 숨진 개인택시 운전사 김씨도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1000만원의 보상금을 받는 데 그쳤다.

강릉시자원봉사센터 서성윤(徐聖潤) 소장은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은 제한적으로 보험가입이 돼 있지만 갑자기 재해 현장에 투입되는 자원봉사자는 보험에 들지 않아 보상받기 어렵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자원봉사자 단체들은 자원봉사자들에게 긴급 봉사자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거나 사고를 당했을 경우 의사상자 예우를 해주는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토로한다.

▽자원봉사자 감소〓수해지역의 자원봉사자 센터에는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급격히 줄고 전화 문의도 거의 끊어졌다.

반면 수재민들은 벼 세우기와 가전제품 수리 등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이 더욱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강릉시 자원봉사센터에는 10일을 전후해 하루 평균 2800명까지 자원봉사자가 몰렸으나 16일에는 1000명선으로 줄었다.

이 지역 농민들은 “다리나 도로 침수가옥 정리 등 응급복구는 마무리 단계이지만 벼 세우기 등 농작물과 관련한 일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경북 김천시에도 지난주 하루 평균 300명의 자원봉사자가 찾아왔으나 16일에는 겨우 수십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경북 김천자원봉사센터가 수재민을 대상으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조사한 결과 △벽지 및 장판 교체 △보일러 수리 △전기 점검 △전자제품 수리 등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정을 반영해 대구지역 전기공사 업체 직원 5명은 최근 김천시 지례면 일대 주택을 방문하며 전기를 일주일 일정으로 점검하고 있지만 기술 인력 부족은 여전한 실정이다.

김천자원봉사센터 문정화(文靜和) 사회복지사는 “겉으로 응급복구가 거의 끝났지만 수재민은 여전히 불편하고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며 “기술을 가진 분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릉〓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김천〓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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