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폐가로 방치 '현진건선생 옛집' 문화재 지정 추진

  • 입력 2002년 9월 16일 18시 37분


빙허 현진건(憑虛 玄鎭健·1900∼1943) 선생이 살며 집필공간으로 활용했던 서울 종로구 부암동 옛집을 문화재로 지정, 기념관으로 보존하는 방안이 서울 종로구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는 16일 “빙허 선생의 옛집은 한국 사실주의 문학의 산실이라는 상징적 공간이므로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다”며 “최근 구 문화재심의위원회에서 문화재 지정을 결의한 뒤 서울시에 건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종로구 부암동 325의 2호에 자리잡은 이 곳은 빙허 선생이 1936년 일장기말소 사건에 연루돼 1년간 옥고를 치르고 나와 닭을 키우며 역사소설 ‘무영탑’과 ‘흑치상지’ 등을 집필한 곳이다.

이 집은 이후 8명의 소유주를 거쳐 76년부터 한 사업가가 소유하고 있으나 사실상 폐가로 방치돼 있으며 주변 공터는 인근 주민의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곳이 빙허 선생의 자택이었음을 알게 해주는 것은 서울시가 4월에 설치한 ‘현진건 집터’라는 표석이 전부다.

이에 따라 구는 시에 문화재 지정을 건의하는 한편 공시지가 6억2600만원에 상당하는 이 부지를 시에서 매입, 건물을 복원해 기념관을 건립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미 94년과 99년 두차례에 걸쳐 열린 문화재위원회에서 이 집이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는 결정을 내린 만큼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구청 측은 “만일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낮다면 문화재 자료로 지정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며 “서울시가 나서지 않을 경우 문학계 등과 연계해서라도 꼭 자택을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성북구 성북동에 자리한 만해 한용운(卍海 韓龍雲)의 고택 심우장은 84년 7월 기념물로, 역시 성북동에 있는 월북작가 이태준(李泰俊)의 수현산방은 77년 3월 민속자료로 지정됐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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