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폭우탓 폐광폐수 유입 남한강 식수원 오명 비상

  • 입력 2002년 9월 9일 18시 08분


태풍 루사로 인해 경북과 강원지역에 있는 일부 폐광이 무너지면서 흘러나온 중금속 폐수가 인근 하천과 계곡을 크게 오염시키고 있다.

특히 이들 폐광에서 흘러나온 광석찌꺼기(광미·鑛尾)나 폐수가 하천을 통해 남한강 등 상수원으로 퍼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9일 경북 봉화군에 따르면 지난달 5일 내린 폭우로 봉화군 춘양면 우구치리 옛금정광산에 쌓여있던 광미의 일부가 유실돼 응급복구를 했으나 태풍 루사로 다시 광미를 둘러싸고 있던 석벽이 무너졌다.

이로 인해 금정광산에 보관돼 있는 30만t의 광미 중 9만5000t가량이 폭우에 휩쓸렸다는 것이다. 금정광산을 지나는 하천인 내리천은 강원 영월군의 동강을 지나 충주댐과 팔당호에 유입되는 남한강의 발원지다.

이와 관련해 광미가 섞인 하천물을 식수원으로 쓰고 있는 영월군은 지난달 봉화군을 찾아와 대책을 세우라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금정광산에 국립환경연구원 관계자와 전문가 등을 파견해 9일부터 이틀간 실태조사를 벌인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금정광산 주변 하천과 계곡 등에 대한 수질검사 결과 금정광산에서 1.7㎞ 떨어진 지점과 조제1교의 흙에서 중금속인 비소(As)가 기준치(6㎎/㎏)를 초과해 각각 15.8㎎/㎏과 18.7㎎/㎏씩 검출됐다.

그러나 금정광산 인근 지하수 2개와 하천수 6개 지점에서 실시한 오염도 조사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봉화군이 확인한 결과 내리천 입구 물 속의 돌에 광미 부유물이 0.3∼1㎜ 정도 퇴적돼 있을 정도로 하천 물이 부옇게 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봉화군은 그동안 정부에 광미 더미에 대한 항구적 대책 수립을 수 차례 요구했으나 산업자원부와 환경부, 행정자치부 등이 서로 관할 책임을 떠넘겨 흐지부지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봉화군은 현재 행자부에 항구복구비 59억원을 다시 요청했으나 수해복구비 차원에서 10억원 정도만 확보된 상태이다.

류인희(柳仁熙) 봉화군수는 “현재로서는 비가 30㎜ 정도만 더 내려도 광미가 씻겨 내려갈 수 있다”며 “재정자립도가 10%에 불과한 봉화군 재정으로는 응급복구도 힘겹다”고 밝혔다.

금정탄광은 1923년부터 금을 캐오다 97년 폐광됐으며 폐광 당시 정부는 광미 더미를 흙으로 덮고 콘크리트 배수관을 설치하는 등 ‘광해(鑛害)사업’까지 마쳤다.

한편 강원 삼척시도 이번 태풍으로 가곡면 풍곡리 연화폐광(아연 및 동) 입구의 폐광석이 일부 무너져 수질오염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삼척시 관계자는 “연화폐광의 광미가 유출됐다는 징후는 없으나 폭우로 폐광의 침출수 유출이 늘어나 오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봉화〓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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