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오염 대책 정부가 발목 잡다니

  • 입력 2002년 8월 15일 18시 09분


산업자원부가 나서 환경부가 추진중인 대기오염 줄이기 대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 정책 입안과정에서 부처간에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곁가지에 얽매인 나머지 본질을 그르쳐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면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환경부와 현대·기아자동차 및 시민단체는 올 6월 ‘배출가스 저감 이행계획서’에 서명하기로 합의했었다. 이 이행계획서는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국산 다목적형 경유차 가운데 싼타페 이외의 차종을 7월부터 단종시킨다는 내용이다. 환경부는 싼타페를 구제하기 위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까지 고쳤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아직까지 이행계획서에 서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챙길 이익은 다 챙기면서 막상 해야 할 의무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회사들은 “산자부가 서명 거부를 종용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산자부 핑계를 대는 회사들도 볼썽사납지만 공해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킬 생각은 않고 업계 편만 드는 산자부는 더 큰 비판의 대상이다.

산자부는 시민단체가 정부 정책에 일일이 간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기업에도 규제가 된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정책수립과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시민이 참여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환경문제 등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산자부가 앞장서서 업계를 두둔하고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의 발목을 잡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오해를 사기에 딱 좋은 일이다.

대기오염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에서만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가 해마다 1만명에 이르고 대기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8조원을 넘는다는 통계가 그 심각성을 말해 주고 있다. 대기오염의 가장 큰 원인은 자동차 배출가스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경유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주범이다. 자동차 업계는 당장 이행계획서에 서명해야 하며 산자부는 이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