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藥' 국산보다 23배 비싸

  • 입력 2002년 7월 18일 18시 45분



다국적 제약회사의 지난해 국내 시장 점유율은 18.4%, 생산 규모는 1조3000억원이었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활동중인 다국적 제약회사는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에 소속된 27개사. 미국계 10개사, 유럽 16개사, 일본 1개사로 미국계가 가장 많다.

이들 다국적 제약회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의-약분업 이전인 1999년에는 16.4%였으나 그 사이 2%포인트 증가했다.

▽급성장 계기〓다국적 제약회사가 급성장을 한 계기는 무엇보다 2000년 7월 도입된 의-약분업제도였다.

한국MSD의 경우 의-약분업이 실시되기 전 99년의 생산규모는 150억원대였지만 의-약분업이 도입된 해인 2000년에는 278억원, 의-약분업이 정착되기 시작한 2001년에는 54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년 만에 생산이 360% 증가한 것이다.

한국화이자제약의 경우도 99년 1130억원에서 2000년 1293억원, 2001년 1927억원으로 각각 증가해 2년 만에 170%의 성장을 기록했다. 의-약분업 이후 국내 제약사의 생산도 크게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고가약을 많이 갖고 있는 외국제약사의 신장세가 컸다.

▽고가 마케팅 실태〓다국적 제약회사의 오리지널 약품과 동일한 성분의 국내 카피약품간 건강보험 약가는 최고 23배 차이가 난다. 한국알콘의 안약인 ‘나타신점안현탁액(50㎎)’의 약가는 6986원인 데 비해 한림제약의 ‘한림피마리신점안액’은 300원으로 그 차이가 23.3배나 되는 것. 위궤양치료제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잔탁정(150㎎)’의 보험약가는 506원이나 아주약품에서 나오는 카피약품인 ‘라티콘정’은 49원에 불과하다.

오리지널약품과 카피약품간 보험약가가 200% 이상 차이가 나는 품목은 현재 66개에 이른다.

오리지널 약품의 약가가 특허기간(20년)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는 것은 비싼 것을 무조건 선호하는 소비자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지만 의사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오리지널약을 처방하기 때문이라는 게 보건복지부의 시각이다.

▽의사의 ‘공생(共生)’〓건강보험공단에 청구되는 약제비 가운데 고가의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의약분업이 시행되기 전인 2000년6월 36.2%였지만 의약분업 시행 후인 같은 해 10월에는 54.8%로 껑충 뛰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건보공단 측은 “처방권을 쥔 의사에게 제약사가 로비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들 가운데는 고가약을 처방하는 이유로 ‘효능이 확실히 뛰어나기 때문에’, ‘저가약을 처방하면 환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에’ 등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처방 약품비의 5∼20%가 리베이트로 의사에게 건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제약회사는 처방권이 있는 의사를 장악하면 약 판매가 급증한다고 보고 학회와 의사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로비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한 다국적 제약회사가 의사 400여명을 해외 학회에 초청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는 약값에서 거품을 빼기 위해 최저실거래제, 참조가격제, 성분명 처방제도 등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제약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있다.

▽정부 대책〓실제 거래가격을 따져 약품의 기준가를 재조정하는 최저실거래제, 효능이 비슷한 약을 한 그룹으로 묶어 기준가격을 정하고 이 범위에서만 보험을 적용하는 참조가격제, 효능이 동일한 것으로 밝혀진 약품이라면 대체조제가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성분명 처방 등을 시행하려 하고 있으나 제약업계 등의 반발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최저실거래제〓일정기간마다 약품의 실제 거래 가격을 조사해 기준가를 재조정하는 제도.

▽참조가격제〓효능이 같은 약을 한 그룹으로 묶어 기준가격을 정하고 이 기준가격만큼만 보험으로 부담하고 나머지 초과분은 환자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제도. 고가약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약값 대평가제〓다국적 제약사들이 특허권을 갖고 있는 오리지널 약의 가격이 특허기간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는 점을 감안해 3년마다 약값을 재평가해 약값에서 거품을 빼는 제도.

▽성분명 처방제도〓효능이 동일한 것으로 밝혀진 약품이라면 대체 조제가 가능하도록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약을 처방하도록 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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