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유학' 붐…"초등생때도 늦다…3~5살배기 해외로"

  • 입력 2002년 7월 18일 17시 54분


《외식업체 매니저인 이모씨(32·여·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8월 말 다섯 살짜리 딸과 함께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다. 남편은 한국에 남겨두고 직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년 넘게 외국에서 영어를 배우고 돌아오기로 한 것. 하지만 이씨가 유학을 가는 더 중요한 이유는 딸을 캐나다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서다. 초등학생의 조기 유학바람이 거세게 불더니 이번에는 3세 때부터 유학을 보내는 ‘초(超) 조기 유학’ 바람이 서울 강남지역에서 불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영어에 대한 ‘감’을 익히게 해주기 위해서다.》

어린 자녀를 유학 보내려면 어머니가 동행해야 하기 때문에 젊은 어머니들의 외국 언어연수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대개 만 6세 이전의 어린이에게는 유학비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어머니가 언어연수 명목으로 비자를 받고 어린 자녀는 동행비자를 받아 데려가 현지 유치원에 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국제유학원 임종하(林鐘夏) 부원장은 “최근 들어 이 같은 초 조기유학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며 “강남 일대 유학원마다 매달 3, 4명의 유치원생을 유학보내고 있으며 유치원생 조기 유학이 전체 조기 유학의 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부원장에 따르면 유치원생의 조기 유학 국가로 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뉴질랜드로 현지에서 비자를 받을 수 있고 비용도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자녀를 현지 유치원에 보내고 어머니도 영어 연수를 할 때 드는 비용은 집값과 학비 등을 포함해 연간 2500만∼3500만원선. 자녀만 유학보낼 경우 월 40만원 정도의 유치원 비용을 포함해 뉴질랜드는 연 1200만∼1500만원, 캐나다는 2000만원 정도가 든다.

유학원 관계자들은 “일부 젊은 부부들은 부부 간의 불화나 갈등 문제를 해소하는 한 방법으로 남편과 떨어져 1, 2년 정도 자녀를 데리고 외국에서 살 수 있는 조기 유학을 택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네 살 난 어린 아들을 유학 보내기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유학원을 찾은 김모씨(31·주부·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영어가 곧 경쟁력인 사회에서 어려서부터 영어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환경의 주부들끼리 모이면 초등학교 때는 늦고 가능하면 유치원 때부터 유학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육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의 과잉 교육열에 휩쓸려 초 조기 유학을 시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유미숙(劉美淑) 교수는 “어려서의 언어 교육이 효과는 있지만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나이에 외국어를 먼저 받아들이게 되면 언어체계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3∼5세 때는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기쁨을 얻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한쪽 부모와 떨어져 낯선 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정서적 안정을 해치는 등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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