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아닌 외국인과 차별논란 가능성

  • 입력 2002년 7월 17일 18시 56분


17일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은 현재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 불법취업자들을 2003년 3월 말까지 모두 출국시키는 대신 외국인 근로자들의 합법적인 취업문호를 넓히고 법이 정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취업하고 있는 서비스업에 외국 동포의 취업을 사실상 허용해 내국인과 마찰을 불러올 수 있고 반면 인력이 꼭 필요한 건설업계에서 일하는 연수생의 총수는 적게 늘어났기 때문에 건설업종의 인력부족을 불러올 우려가 있는 등 국내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정부의 방안은 현재 국내에 있는 외국인 불법취업자 27만여명을 내년 3월 말까지 모두 출국시키고 그 빈자리를 기존 및 신규 산업연수생(14만5000명)과 외국 동포(서비스업종의 5만명선 예상)들로 채우는 ‘회전문 방식’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3월 말 현재 외국인 불법체류자 27만여명 가운데 25만여명의 자진신고를 받았고 이 중 7만8000여명은 12월∼내년 2월까지, 나머지 17만5000여명은 내년 3월까지 단계적으로 출국시킨다는 계획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출국할 때 생길 수 있는 인력공백현상을 막기 위해 산업연수생 정원을 1만8750명 늘렸지만 건설업은 7500명으로 5000명 늘리는 데 그쳤다. 현재 건설업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5만여명이 일하고 있어 단속을 강화하면 인력부족사태가 불가피하다.

또 서비스업에 조선족 등 외국 동포의 취업을 사실상 허용해 내국인과 ‘일자리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비스업은 식당과 빌딩관리 청소 등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돼 자칫 ‘내국인 실업, 외국동포 취업’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예상되는 문제점〓정부가 현재 외국인 불법취업자들을 내년 3월 말까지 모두 출국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아주 불투명하다. 그동안 외국인 불법취업자가 27만명이 넘도록 방치해온 정부가 8개월 만에 이들을 모두 정리하기는 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방안으로 인권침해 등 산업연수생제도가 불러온 부작용이 말끔히 해소되기 힘들게 됐다. 노동부는 당초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주장했지만 부처간 힘 겨루기에서 밀려 결국 어정쩡한 절충안이 채택됐다.

무엇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산업연수생제도와 취업허가제라는 서로 다른 외국인 고용형태가 병존하게 돼 ‘인력 이동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제조업보다는 임금 등 근로조건이 더 나은 서비스업으로 옮기려는 욕구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국 동포들의 유흥업종 취업을 막았지만 실제로는 음식점업과 유흥업의 경계선이 분명하지 않아 당초 의도대로 될지 미지수이다. 현재 음식점 등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등 외국인들을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과 외국동포간 ‘차별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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