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남-김대웅씨 혐의내용…전화로 수사정보 미리 알려

  • 입력 2002년 7월 11일 18시 31분


검찰이 11일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과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다.

검찰은 이날까지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차지한 신 전 총장과 김 고검장에 대한 처리 방안을 놓고 장고(長考)를 거듭해왔다.

검찰 외부에서는 ‘제 식구 봐주기 수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반면 검찰 내부에서는 이들이 모두 호남 출신이어서 반발 기류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신 전 총장이 6일 소환 조사 이전에 유감의 뜻을 나타내는 등 수사 외적인 변수가 작용할 경우 ‘검찰게이트’ 수사는 불기소 처분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전 현직 고위 간부들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을 결정한 것은 권력과의 유착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실추된 검찰 위상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 전 총장과 김 고검장의 혐의는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에게 수사 상황을 유출하는 등 권력 핵심 인사들과의 부적절한 관계와 관련이 깊다.

김 고검장은 지난해 11월 대검 중수부가 ‘이용호(李容湖) 게이트’를 수사할 당시 이수동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용호씨의 돈을 받은) 도승희(都勝喜)씨에 대해 조사가 시작될 것 같은데 형님은 걱정되는 부분이 없소?”라고 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수동씨는 특별검사 수사에서 이용호씨의 돈 5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신 전 총장은 김 고검장과 함께 이수동씨와 통화하면서 도씨에 대한 조사 계획을 알려준 혐의다. 검찰은 고심 끝에 신 전 총장이 평창종건에 대한 울산지검 내사에 개입한 직권남용 혐의도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상 비밀 누설은 하급 공무원이나 일반인이라면 기소유예 처분도 많이 내리지만 두 사람이 고위 공직자인 데다 수사 정보 유출로 금전적 이득을 얻은 권력자가 적발돼 기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번 기소 결정으로 검찰은 신 전 총장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않은 현직 검찰 간부와 주임 검사도 징계하는 등 외부압력에 대한 배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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