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내고장 바로 알자” 인천學 배우기 확산

  • 입력 2002년 6월 27일 00시 34분


최근 인천의 역사와 문화 및 지역적 특징을 공부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의 역사와 전통을 알아야 자긍심과 애착을 가질 수 있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이같은 공부는 단순한 호기심 차원을 넘어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 시민단체의 활동 방향을 제시하는데까지 이르고 있다.

24일 오후 7시 인천 화도진도서관 2층 향토·개항 문화자료관.

주부 회사원 노인 등 10여명이 모여 이날의 주제인 ‘인천의 근대 건축물 보존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회원들은 인천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띠고 있는 근대 건축물이 많은 자유공원∼신포동 거리를 ‘문화 관광 벨트’로 새롭게 인식해 보존 운동을 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100년이 넘는 근대건축물 중 일부가 최근까지 신발공장이나 룸살롱 등으로 이용됐다는 강사의 얘기를 듣고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이들 근대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한 ‘시민 지킴이’를 발족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화도진도서관이 지난해 3월부터 인천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과 지역 주민으로서의 정체성 정립을 위해 마련한 인천학 강좌에는 지금까지 2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해 강의를 들었다.

이 강좌 수강생인 이하영씨(67·동구 송림동)는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인천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게 사실”이라며 “이곳에서 배운 것을 손자들에게 가르치면서 인천에 대한 자긍심을 새롭게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1년 과정의 인천학 강의는 매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강의와 현장 답습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인천항 개항에 이르는 인천의 과거를 배우고, 한국철도 100년사의 출발점인 ‘경인철도’와 우리나라 최초의 신식화폐를 만들었던 ‘인천 전환국’ 등 지역의 역사 유물을 중심으로 한 강의가 펼쳐진다.

이밖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점자인 훈맹정음을 창안한 박두성(朴斗星,1888∼1963) 등 인천이 낳은 인물에 대해 조명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인천학에 관심이 있는 주민이면 수시 수강신청이 가능하다. 032-763-8132∼4

인천대학교 시민대학의 인천학 강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매주 화·목요일 오후 7∼9시에 열리고 있으며 1년 과정으로 2학기제로 운영하고 있다. 1학기는 2월, 2학기는 8월에 모집한다. 학습비는 학기당 13만원으로 정원은 42명. 032-770-8601∼2

각계의 전문가가 강사로 나서 인천의 역사 문화 예술 교육 환경 및 지정학적 특수성 등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게 수강생들의 얘기다.

고향이 충주인 박종숙씨(40)는 “강의를 통해 지역에 대한 애향심과 자긍심이 저절로 생겨나 이제는 인천에 사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화도진도서관에서 인천학을 강의하고 있는 이종복씨(40·개항장 역사문화 연구회 대표)는 “인천학 강의의 목표는 인천 토박이뿐만 아니라 인천에 이주해와 터를 잡은 이들이 다함께 인천을 새롭게 또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하자는데 있다”며 “결국 이같은 인식은 지역에 대한 애착심을 가져오고 나아가 지역 문화 운동으로 승화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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