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새 모습 갖춘다

  • 입력 2002년 6월 7일 11시 40분


한국 가톨릭은 물론 우리 근현대사에서 영광과 고난의 길을 함께 걸어온 명동성당이 새롭게 변신한다.

명동성당의 공식적인 명칭은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 교회'.

종현(鐘峴)성당 또는 명동 천주교당으로 불려온 이 성당은 프랑스인 코스트 신부가 설계와 공사 감독을 맡아 1898년 완공됐다. 명동성당 자리는 역관 김범우의 집터로, 이승훈 정약전 권일신 등이 모여 종교집회를 가짐으로써 조선천주교회가 창설된 곳이기도 하다.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자들의 유해가 지하묘지에 안장되기도 했다.

70, 80년대에는 독재정권에 맞선 각종 집회가 이곳에서 열려 민주화 운동의 '성소(聖所)'역할을 하기도 했다. 명동성당은 사적 제258호.

명동성당은 7, 8월경 시작해 3년간에 걸쳐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 공사에 소요될 경비는 50여억원으로, 문화재청 지원과 본당 예산으로 충당된다.

이번 보수는 건립후 100여년이 지나면서 외벽에 심한 훼손과 부식이 진행됐기 때문에 계획된 것. 외부 기후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받아 벽돌이 마모되고 내구성이 저하됐다. 또 과거 몇차례에 걸친 외벽공사로 마모 현상이 더 심각해지는 등 철저한 외벽 보수공사가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공사에서는 성당 전체 외벽 벽돌 77만여장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30만여장의 벽돌이 보수된다. 부식되거나 파손된 벽돌 교체와 스테인드글라스 보수, 화단철거 및 석재타일 시공, 벽체 균열 보수 등이 이뤄진다. 본당 행사 개최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올해 1차로 벽돌 6만여개를 보수할 계획이다.

명동성당 성전보존분과위원장 김태우(아킬레오·건축가)씨는 "이번 보수는 건립 당시의 모습을 복원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100년 이상 끄떡없는 성전이 될 수 있도록 보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당측은 3년전부터 명동성당 보수와 관련한 준비위원회를 20여차례 열고 외국 전문가를 초빙해 두차례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편 명동성당은 최근 기존 문화관과 성물 판매소가 있던 별동을 합치는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지하1층, 지상3층의 새 문화관을 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구 문화관의 대강당을 개조해 만든 500여석 규모의 전문공연장 코스트홀(Coste Hall). 명동성당을 설계한 코스트의 이름을 딴 것으로, 천장에 돔형의 음향 반사판을 설치해 잔향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객석 좌석마다 사이드 테이블을 갖춰 서울에서도 최고 수준의 무대로 꼽힐만하다. 미사나 강연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좌우 벽면에 전자동 블라인드를 설치, 평상시에는 강화유리로 된 창문을 통해 외관이 내다보이도록 만든 것도 특징이다.

개관기념으로 매주 토요일 오후7시반 '돔 앙상블 연주회'(8일) '문록선 플루트 연주회'(15일) '돔 스콜라'(22일) 공연이 열린다. 02-774-389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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