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각개약진 부작용 예방 발등의 불

  • 입력 2002년 5월 23일 18시 40분


금융(은행) 노사가 단일 업종으로는 처음으로 7월부터 매주 토요일에 휴무하는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23일 최종 합의함에 따라 노사간 단체협상을 통해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사업장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사업장별로 이뤄지는 이 같은 주 5일 근무제는 노사정(勞使政) 3자간 합의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에 비해 근로자들의 실익은 적고 불필요한 노사 갈등을 초래하는 등의 부작용이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사회 전체가 주 5일 근무제로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수업 등 여타부문과 부조화를 이루게 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은행 근로자의 득실〓금융노련은 연간 토요일 52일을 기존 월차 12일, 연차 8일, 특별휴가 6일 등 총 26일을 활용해 쉬는 것으로 사측과 합의했다. 현재 토요일은 오전 4시간만 근무하기 때문에 토요일 2일분(8시간)을 휴일 하루와 맞바꿔 매주 연휴를 갖는 것.

그러나 현재 은행권의 특별휴가는 일반기업의 정기휴가와 같기 때문에 여름철 휴가를 갈 수 없게 된다. 또 금융 노사는 토요일 휴무로 대체되는 월차 12일은 임금을 보전하지 않기로 해 사실상 임금을 토요휴일과 바꾼 셈이 됐다.

▽비노조 근로자 불리〓은행권이 7월부터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면 공공기관의 월 1회 시범 실시와 함께 토요휴무 분위기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등 대기업도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고 삼성도 시행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에 따르면 근로자 100명 이상인 전국 5027개 사업장 가운데 월 1회 이상 토요휴무를 실시하는 곳은 1131곳(22.5%)에 이른다. 이 중 191곳(3.8%)은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등 사업장별 완전 토요휴무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부분 또는 완전 토요휴무를 시행하는 기업은 대규모이거나 노조의 협상력이 강한 곳이라는 특징이 있다.

노조를 조직할 수 있는 사업장 근로자 1270만여명 중 현재 노조가 없는 사업장 근로자 1000만여명은 독자적으로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할 수 없는 실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정부 입장에서는 비노조 근로자들을 위해 정부입법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교섭비용 증가 예상〓노동 전문가들은 노사정 합의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기본틀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의 사업장별 주 5일 근무제 협상은 ‘설계도면 없이 건물을 짓는 것’과 같은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현행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주 5일 근무제 단체협약안에 노사가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24일 노사정이 모여 주 5일 근무제 협상에 담판을 지으려고 했던 노사정위 본회의가 경영자총협회와 한국노총의 요구로 연기되면서 3자 합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노사 자율에 의한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라는 그동안의 여론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부입법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지 말라는 것이었지 이처럼 개별기업이 제각각으로 노사협상에 의해 시행하라는 것이 아니었다”며 “불필요한 노사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은행이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7월 이전에 노사정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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