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공정선거 ‘副’ 단체장 하기나름

  • 입력 2002년 5월 21일 20시 45분


부지사나 부시장, 부군수 등 부단체장들은 종종 ‘부 자(副 字)’라는 말로 자신들을 표현한다. ‘정(正)’인 단체장을 보좌하는 종속적 위치에 불과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이젠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시기에 실질적인 힘이 주어진다. 지방자치법에 ‘지방자치단체 장의 권한대행(제101조의 2)’ 조항이 신설되면서 모든 권한을 위임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단체장이 그 직(職)을 갖고 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선 경우 부단체장의 권한대행이 가능하다. 경남에서는 경남도 본청과 마산 진해 사천시 등 11개 시군이 해당된다. 이 기간에 단체장은 사무실에 출근할 수 없다. 관용차도 못쓴다. 직무가 완전히 정지되는 것이다.

현직의 ‘프리미엄’을 없애고 공무원의 선거 중립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전직 군수가 도지사 선거전에 뛰어든 남해군은 4월 12일부터 부군수 체제로 전환됐다.

경남도는 6월 말 명예퇴직을 확정한 행정 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한다.

결재권을 넘기고 선거에 출마한 단체장들은 부단체장이 자신의 ‘우군’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한솥 밥을 먹어온 정-부의 관계를 일시에 차단하기란 쉽지 않다.

상당수 단체장은 당선돼 부단체장과 다시 얼굴을 마주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우려스런현상이 나타날 조짐도 보인다. 선거 때마다 공무원의 줄서기는 논란거리였다.

전체 공무원의 중립성 확보와 엄정한 선거관리, 그리고 공직기강 확립은 전권을 위임받은 ‘한시적 책임자’인 부단체장의 의지에 상당 부분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창원에서>

강정훈 사회1부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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