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에 총장 직선제를 둘러싼 부작용이 다시 표출되고 있다. 서울대는 이기준 전 총장의 중도 사퇴에 따라 직선 총장을 뽑기 위해 물밑 선거전이 한창이다. 10여명의 총장 후보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어 과열 분위기가 우려되고 있다고 한다. 또 재단이 규정에 따라 총장을 선출했고 교수협의회도 별도로 총장을 뽑아 ‘1대학 2총장’의 기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고려대사태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총장의 내부 발탁을 피하고 경영능력이 있는 외부 인사를 총장으로 다투어 영입하고 있다. 꼭 필요한 인물이라면 대학교수 출신이 아닌 사람을 총장으로 초빙하는 사례도 있다. 총장은 대학교수의 정년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각국이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총장선임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우리의 일부 대학들이 여전히 내부 인사, 그것도 총장 직선제에 매달리는 것은 폐쇄적이며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 총장 직선제를 택하고 있는 대학은 국공립대 38개 대학 가운데 37개 대학과, 사립대학 150개 대학 중 13개교로 집계되고 있다. 교육부는 2년 전 국공립대의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교수들의 반발 때문에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 개혁은 사회적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그 구심점은 대학 총장이다. 그러나 자신을 뽑아준 교수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직선제 총장은 교내에서 과감한 추진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지난 경험을 통해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서울대부터 이번 직선제 논란을 계기로 스스로 총장 직선제를 포기하는 솔선수범을 할 필요가 있다. 교육 당국은 국공립대의 총장 직선제 폐지 방침을 조속히 실천에 옮겨야 한다. 사립대학 역시 캠퍼스 정치에 힘을 낭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