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의협 내 대한의학회는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된 제30차 종합학술대회에서 ‘임종환자의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의료윤리지침’에 대해 논의했다.
이 모임에서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고윤석(高允錫) 교수는 지난해 11월 의협이 발표한 윤리지침 중 ‘회복불능환자의 진료중단’(30조)의 내용을 더욱 보강한 세부지침 시안을 발표했다.
이 시안은 ‘임종환자’ 본인 또는 가족이 원하면 적절한 조건 아래 진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종환자란 현대 의학으로 치유가 불가능한 질병을 갖고 있으며 치료 효과가 없어 사망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를 일컫는다.
지침 시안은 이러한 조건 아래 이뤄지는 치료의 유보 또는 중단은 환자를 방치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아니며 임종 과정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여 임종환자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의료윤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시안은 특히 환자나 가족이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퇴원을 요구할 경우 의사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 96년 가족의 요구로 환자를 퇴원시켰던 의사가 피소돼 최근 2심 재판에서 살인방조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서울 보라매병원 사건이 재발할 우려도 낳고 있다.
또 뇌사자에 대한 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의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며 뇌사로 진단되면 치료중단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해 장기이식 목적 이외의 뇌사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과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의협은 5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안락사 허용과는 다른 차원의 논의”라면서 “이 시안은 의료윤리 전문의사와 의료윤리학자, 변호사, 형법학자 등의 검증과정을 거친 것이며 앞으로 사회 구성원, 의료인의 의견을 들어 수정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