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호주머니 교육비가 교육예산 2배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17분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교육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교육개발원이 한나라당 김부겸 의원에게 제출한 지난해 교육비 통계에 따르면 과외비 학원비 등 사교육비와 등록금 학용품비 등 학부모가 부담하는 공교육비를 모두 합쳐 39조7400억원에 이르렀다는 소식이다. 특히 사교육비 액수는 26조원으로 집계돼 1985년 4조원, 90년 7조원, 94년 17조원에 이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9조원의 교육비용은 올해 국가 교육예산 21조원의 2배에 가까운 돈이다. 어느 나라든 고등학교까지의 교육비용은 국가가 맡는 게 원칙이다. 우리는 정반대로 학부모 부담으로 자녀를 교육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기형적인 비용 구조에서 고통받는 사람은 학부모들이다. 월급을 받으면 상당 액수를 교육비로 떼 놓아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주부들이 부업전선에 나서고 있다. 사교육비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각 가정의 한숨소리가 높아진다는 말과 같다.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의 한가지 원인으로는 우리의 남다른 교육열이 꼽히기도 한다. 자녀 교육을 위해 학부모들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교육비 지출이 줄기는커녕 날로 늘어난다는 데 있다. 사교육비 증가는 이 문제가 우리 교육열에 원인이 있다기보다는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증폭되고 있고 정부의 ‘공교육 살리기’가 겉돌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교육비 부담이 늘면서 간과할 수 없는 부작용이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 문제다. 저소득 계층이 늘어난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이는 사회적 균열을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일이다. 사교육비 문제는 공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사교육비 수요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정부 당국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국민을 교육비의 늪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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