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규씨 못잡았나 안잡았나…경찰 '눈치-늑장수사' 10대미스터리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17분


최성규(崔成奎)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의 도피 행각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책임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최 전 과장이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와 대책회의를 가진 것이 보도된 13일부터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공항에서 잠적한 20일까지 8일에 걸친 경찰의 행태를 보면 경찰이 얼마나 소극적으로 대응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윗선’의 눈치를 보느라 최 전 과장을 애초부터 잡을 생각이 없었거나 잡는 시늉만 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사고 있다.

▽소극적, 수동적 태도〓경찰청은 구속된 최규선씨의 비서 천호영(千浩榮)씨가 지난달 28일 경실련홈페이지에 ‘특수수사대장’이라고 지칭하면서 최 전 과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최 전 과장이 대책회의에 참석한 것이 13, 14일 이틀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그가 홍콩으로 도피하는 것을 방치하고 말았다.

또 경찰청은 대책회의 참석 보도 이후 그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 간략한 프로필조차 공개하길 꺼렸다. 경찰청은 15일 오전 최 전 과장이 홍콩으로 출국했다는 사실이 검찰에서 확인된 이후에야 그의 프로필을 공개했으며 그나마 그가 최규선씨와 처음 알게된 특수수사과 계장 근무 경력은 빠져있었다.

▽늑장 대응과 면피주의〓경찰청은 최 전 과장이 인도네시아로 갔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 등 ‘체포조’가 현지로 떠난 다음날인 19일에야 수사관 4명을 현지로 파견해 그가 도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사관들이 인도네시아행 비행기를 타고 있을 당시 최 전 과장은 이미 홍콩과 일본 도쿄(東京)를 거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경찰청은 자체 감찰을 통해 최 전 과장의 재산과 타이거풀스 주식 보유 여부, 특수수사과 직원들의 연루 혐의를 조사했지만 이나마 책임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검찰에서 최 전 과장이 타이거풀스 주식을 갖고 있다고 확인한 이후에야 비로소 각 증권사에 협조를 요청했으며 그가 부인 명의로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갖고 있는 다세대주택의 가치를 시가(7억∼8억원)보다 훨씬 낮은 5억원짜리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경찰청의 자체 감사가 의혹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최 전 과장의 입장과 의혹을 해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이승재(李承栽) 경찰청 수사국장이 최 전 과장과의 통화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3일간이나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더구나 아무리 귀국 설득이 중요했다지만 도피 중인 사람에게 현재의 위치조차 묻지 않았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팔호(李八浩) 경찰청장이 최 전 과장과의 통화 사실을 자신에게 제때 보고하지 않고 은폐한 이 수사국장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고 있는 것도 석연치 않은 일이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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