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가 죽어간다(2)]대표 어종이 바뀐다

  • 입력 2002년 4월 8일 18시 29분


서해를 대표했던 어종이 종적을 감추고 있다.

참조기 갈치 등 서해에서 주로 잡혔던 토착 어종이 점차 사라지는 대신 회유·난류성 어종으로 분류되는 멸치와 오징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어종 변화는 서해 연근해 수온상승과 수질환경 악화 등 연안환경의 변화가 주된 원인이라는 게 수산전문가들의 견해다.

▽어종의 변화〓“조기와 갈치 같은 큰 고기를 잡던 우리가 손가락 만한 멸치를 잡으러 출어를 준비하고 있으니 서해 어장이 달라져도 많이 달라진 것 아닙니까.”

▼글 싣는 순서▼

- ①“고기 씨 말라… 어업 사표 내고 싶다˝

근해 안강망어선 영주호 기관장 한병화씨(49)는 “잡히지도 않는 조기와 갈치에 연연하느니 멸치잡이에 나서기로 선주와 선원들이 합의했지만 속으로는 영 내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80년대 중반까지 서해 전체 어획량 중 20%(4만8100여t) 이상을 차지하던 토착 어종인 갈치와 참조기의 어획량은 지난해 각각 1.6%(2200t)와 0.6%(900t)로 급격히 감소했다.

반면 난류성 어종인 멸치는 80년대 연평균 9600t(3.8%)에서 지난해 1만8900t(13.9%)이 잡혀 서해 최고의 ‘주어획종’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서해에서는 때아닌 오징어가 ‘풍어’였다.

2001년 8월 척당 하루 어획량은 1200여㎏으로 동해보다 5배나 높았다. 어민들이 “동해의 오징어가 서해로 이사왔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 당시 동해를 거점으로 한 채낚기 어선들이 서해에 출어를 나왔을 정도.

▽원인은 해수온도 상승과 바다오염〓어종 변동의 가장 큰 원인은 수온상승. 이는 해류 변동과 먹이사슬에 연쇄적인 변화를 가져와 어획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서해는 1980년 섭씨 13.790도에서 2000년 15.631도로 1.841도나 더 높아졌다. 이는 동해나 남해보다도 더 높은 것이다.

이로 인해 어류의 주요 먹이생물인 동물플랑크톤의 분포량이 80년대까지 ㎥당 50㎎ 수준이었으나 90년대엔 100㎎으로 배나 높아져 회유·난류성 어종인 멸치 오징어가 서해로 북상하고 있는 것.

바다오염도 어종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엄청난 양의 어구와 쓰레기가 바다 속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바람에 어류의 산란장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조기가 많이 잡혔던 인천 옹진군 연평도 바다 속은 어류의 산란장 역할을 했던 깊은 골이 많았는데 어구와 쓰레기가 바닷물에 밀려 이 골을 메우면서 조기가 산란장을 잃었다는 게 어민들의 얘기다.

지난해 꽃게잡이 배인 닻자망 어선에 승선해 조업한 김모씨(45)는 “바다 속이 온통 어구 썩는 냄새로 진동을 했다”며 “그물이 모두 썩으려면 족히 100년은 걸릴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과연 인천 앞 바다가 언제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박승윤 자원환경과장은 “특히 인천은 갯벌이 상당 부분 매립되면서 육지오염원을 1차로 정화하는 기능을 상실해 어종 감소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연구과 정희동(鄭嬉東·42) 박사는 “멸치와 오징어의 평균 수명이 짧고 다량의 산란을 하는 만큼 어민들은 과감히 어구를 바꿔 조업을 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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