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들 "의사 急求"…의약분업이후 3명중 1명 사표

  • 입력 2002년 3월 1일 18시 15분


2000년 8월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중소병원에서 상당수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수입이 늘어난 개원의 등으로 빠져나가 중소병원의 의료 공백이 심각한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4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 144곳을 대상으로 ‘의사 이직실태 조사’를 한 결과 지난해 1∼10월에만 전체 정원(1525명)의 34%에 이르는 519명이 동네의원 개업 등을 이유로 퇴직했다.

진료과목별 퇴직률은 성형외과가 61.9%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소아과 47.2% △신경외과 37.4% △방사선과 37.3% △내과 37.2%△마취과 35.0% △신경 및 응급의학과 34.6% △산부인과 33.6% 등의 순이었다.

특히 퇴직률 상위 10위 내에 내과와 신경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기본 진료과목이 대부분 포함됐으며 이들 진료과목은 미충원률이 △내과 35.2% △신경외과 35.5% △산부인과 24.5% △소아과 43.4% 등이었다.

전남의 Y종합병원은 전문의 15명 가운데 원장과 부원장을 제외한 13명이 사표를 제출했고 의사 모집공고를 낸 한달 동안 문의전화가 1건밖에 없었으며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서울 K병원 안과도 현재 정년퇴직을 앞둔 의사 1명만 남아 있다는 것.

병원협회는 의사 구인난 속에서 중소병원의 경영난도 크게 악화돼 1월 말 현재 전국의 병원 264곳에서 총 9670억원의 요양급여비가 제약회사와 병원시설 납품업체 등에 의해 가압류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가압류 급여비 규모는 전체 중소규모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월평균 요양급여비(3208억원)의 3배가 넘는 것이다.

병협 관계자는 “의사 결원이 생기면 월급을 50% 가까이 올려준다고 해도 후임자를 구하기 어렵다”며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상당수 중소병원들은 머지 않아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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