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교 전학대란…100여명 교육청앞 철야

  • 입력 2002년 2월 28일 17시 57분


2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는 2일 실시되는 서울시내 고교 신입생 전학 신청을 앞두고 원하는 학교에 자녀를 전학시키려는 고교 신입생과 가족 100여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서울시교육청이 2일 오전 7시부터 새 학기 고교생 전학 희망자를 선착순으로 접수해 학교를 우선 배정하기 때문에 먼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다.

학부모 대열에는 70대 할머니부터 대학 교수까지 있었고 일부는 밤샘에 대비해 방한복에 마스크와 모자로 ‘중무장’했으며 매트리스나 군용 담요까지 들고 나온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27일부터 밤을 꼬박 새우며 자체적으로 대기 번호표를 만들어 순서를 정하기도 했고 전학을 문의하러 교육청에 방문했다가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뒤늦게 합류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의 태모씨(68·여)는 “외손자의 전학 신청을 위해 대신 줄을 서달라는 딸의 전화를 받고 나왔다”며 “외손자가 원하는 학교에만 갈 수 있다면 이런 고생쯤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분당 일산 등 수도권 지역이 평준화지역으로 바뀌고 경기교육청의 신입생 재배정 사태 등의 여파로 서울시내 고교로 전학하려는 학생이 몰려들면서 새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전학 전쟁’이 시작됐다.

광주에서 온 40대 학부모는 “아들이 지난달 광주의 한 고교에 배정됐지만 서울 강남이 공부시키기에 좋고 대학 진학에도 유리할 것 같아 전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교 신입생 전학은 배정된 학교에서 입학식을 치르고 전입학 배정원서를 작성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학부모는 입학식과 동시에 서류를 갖춰 줄을 선 가족에게 건네는 ‘전학 작전’까지 세워두고 있다.

경기 안양의 J고에 배정된 조카를 대신해 전학 신청에 나선 김모씨(45·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조카가 개학과 동시에 서울 강남의 고교로 전학하려고 한다”며 “가족들이 돌아가며 접수일까지 줄을 섰다가 입학식과 동시에 서류를 가져다가 전학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전학을 위해 언제까지 원시적으로 줄을 서야 하느냐”며 “일괄적으로 전학 신청을 받았다가 추첨식으로 배정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학 희망자가 늘어난 것은 99년부터 부모 가운데 한 사람만 주민등록을 이전해도 전학이 가능하도록 요건이 간소화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월 한 달간 전학 신청자는 2000년 2423명에서 지난해 3111명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30% 정도 늘어난 4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서울시내 고교 1학년의 지방 전학생 수용인원은 3000여명으로 3지망까지 학교를 지원할 수 있지만 결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주소지를 고려해 근거리 지역의 고교로 배정할 것”이라며 “위장전입 사례도 있을 수 있어 동사무소 등을 통해 위장 전입자를 철저히 가려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2일 오전 7시부터 전학 접수 대기 번호표를 나눠준 뒤 오전 9시부터 주민등록등본 1통과 전입학 배정원서 1통을 구비한 학생에 한해 접수 번호표를 나눠주고 접수를 시작할 계획이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