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입시 "유학비 덜고 한국에 인맥도 쌓고…"

  • 입력 2002년 2월 28일 13시 57분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통해 정원 외로 선발되는 ‘해외 특례입학자’는 대학별 전체 정원의 2% 내. 최근 특례입학을 두고 각종 입시비리 사례들이 터져나온 뒤 제도의 보완을 위해 지원 자격이 강화되거나 시험문제가 까다로워지면서 ‘그들만의’ 입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재외국민 귀국 자녀를 대상으로 자체 입학시험을 거쳐 30명 이내의 특례생을 선발하고 있는 서울대의 경우 특례전형의 시행 초기인 78학년도부터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실질적인 경쟁률은 1 대 1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97년부터는 최고 11 대 1까지 올랐다(표 참조). 이는 정원 내 학생들의 평균 수시 전형 경쟁률인 3 대 1을 크게 웃돈다.

이처럼 경쟁이 심해지는 것은 특례입학 지망자는 날로 늘어나는데 입시문은 더 좁아지는 데서 비롯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97학년도 이후 자영업자 및 현지법인 근무자 자녀까지 특례입학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복수지원도 허용했다. 반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수시모집만을 통해 해외 특례 입학생을 선발하는 대학들의 경우 2002학년도부터 복수 합격한 학생들이 빠져나가 결원이 생겨도 추가 합격자를 뽑지 않는다.

해외 특례자들을 모집하는 대학은 전국에 150여개. 하지만 특례 대상자들은 서울의 상위권 대학이나 의대 법대 상경대 등 취업전망이 밝은 일부 상위권 학과만을 선호하고 있어 실제로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학교는 15개 정도에 불과하다.

크게 외교관 및 상사 주재원 자녀, 기타 재외국민(자영업자 및 현지법인 종사자) 자녀, 해외교포(영주권자) 자녀 등으로 분류되는 ‘재외국민 해외 특례’ 지원 대상자는 2002학년도의 경우 1700여명(교육부 추산)이었다.

서울대 입학관리과 채종식 주임은 “입시 요건이 강화되고 경쟁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입학생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는 단순 공식을 들이대기는 힘들지만 ‘쓰기만 하면 붙는다’는 통념이 깨진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층 치열해지는 특례 입학 경쟁 상황을 알면서도 굳이 이 제도를 통해 국내 대학에 입성하려는 이유는 뭘까.

학부모와 학생들은 △해외 대학에 진학할 경우 학비와 체재비 등 경제적인 부담이 크고 △졸업 후 해외 기업에서 활동할 경우라도 한국과 관련된 업무를 맡게 되는 사례가 많아 국내 ‘인맥’을 만들기 위해서 학부만큼은 국내 대학을 선호하게 되고 △귀국 후 한국학교에서의 내신성적이 좋지 않아 고등학교 때의 성적을 중시하는 해외 유명대학에 진학하기에 불리하며 △고등학교 2, 3학년 때 귀국해 당장 수능시험을 준비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재외국민 특례입학제도 변화
78학년도해외교포와 외교관 자녀에 특례입학 적용
88학년도외국에서 12년 이상 전 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도 적용
94학년도특례자 수, 정원 외 5%에서 2%로 낮춤
97학년도자영업자, 현지법인 종사자의 자녀에게도 적용. 대학간 복수지원 허용
02학년도서울대 등 일부 대학 지원자격에서 해외 체류 기간 늘림. 수시모집 추가합격제 폐지. 본교 분교 별 정원 분리

가족과 함께 주재원을 해외로 파견하는 기업에서는 이런 사정을 고려해 특례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현대상선 인사과 김경훈 과장은 “특례입학 혜택을 주기 위해 발령을 내는 일은 없지만 근무 기간 조정을 대부분 수용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97년부터 삼성그룹의 ‘해외부임자 출국 전 자녀교육 세미나’ 강의를 맡고 있는 해외특례입시학원 세한아카데미 김철영 대표는 “가장 많이 쏟아지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특례 자격을 얻을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들에게 “좋은 국제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마냥 대기하지 말고 일단 현지학교에 입학시켜 재학 기간을 늘릴 것, 현지 한국 학원 또는 유학생을 찾거나 부모가 나서서 나이에 맞게 한국 교과서를 가르칠 것 등의 조언을 해 준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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