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아산신도시 투자열기 ‘보름천하’…개발기간 긴탓

  • 입력 2002년 2월 24일 18시 36분


아산신도시 1단계 사업지구로 개발될 고속철도 역사 주변 전경.
아산신도시 1단계 사업지구로 개발될 고속철도 역사 주변 전경.
“분위기야 좋았지요. 근데 보름을 못 넘기더라고요.”

충남 아산신도시 예정지구 일대가 예상과 달리 썰렁한 모습이다. 경부고속철도를 기반으로 사실상 수도권에 편입되는 대규모 신도시로 관심을 끌었지만 투자열기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

땅 거래를 찾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한동안 북적이던 방문객들도 요즘 뜸한 상태다.

인근 천일부동산 조세제 사장은 “1월 발표 당시만 해도 전국의 내로라하는 ‘꾼’은 다 모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황이었지만 지금은 하루에 3팀 정도만 왔다 갈 뿐”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또 “문의만 있을 뿐 실제 땅을 사겠다는 이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아산신도시 투자열기가 일장춘몽(一場春夢)에 그친 이유는 무엇보다 서울 등 수도권 일대의 주택시장이 활황이기 때문. 음봉면 중앙공인 김원수 사장은 “서울 일대 주택 경기가 한창인데 굳이 여기까지 내려와 장기간 돈을 묶어둘 투자자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신도시 조성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데다 마무리 시점을 확신할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예정지구 876만평 중 고속철도 역사를 중심으로 한 100만평만 2006년까지 우선 개발된다. 나머지는 2016년에나 가능할 전망.

배방면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정지구 안쪽 토지는 모두 수용되는 만큼 주변 지역 땅에 투자해야 하는데 개발 완료 기간이 너무 길어 투자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불신도 만연한 상태다. 94년 처음 개발계획이 나온 후 땅을 샀다가 묶인 사람들이 상당수다.

아예 토지보상가를 노려 땅을 매입하라는 중개업소도 있다. 하지만 이미 땅값이 평당 30만원(전답 기준)선까지 올라 있어 보상가와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교통부가 추정하는 보상가가 이 정도 수준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투기과열을 염려했던 충남도청과 건교부는 되레 느긋한 표정. 충남도청 신도시개발팀 안병량 사무관은 “예정지구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엄격히 관리할 계획이었지만 지금으로선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배방면 부동산뉴스공인 지현수 사장은 “지금은 매물도 없고 거래도 소강상태인 만큼 개발계획이 구체화됐을 때 투자를 시도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아산〓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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