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정부4년]<2>용두사미 개혁정책

  • 입력 2002년 2월 22일 18시 13분


상처뿐인 개혁
상처뿐인 개혁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2일 제2건국위 시 군 구 추진위원장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98년 10월 제2건국위 출범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내가 대통령에서 물러나도 제2건국위는 국가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계속 수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기대와 달리 요란스럽게 출범했던 제2건국위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고사하고 이 기구가 있는지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다. 이처럼 실종된 제2건국위의 위상은 용두사미가 돼버린 각종 개혁정책의 현주소와 일치한다.

2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주최한 ‘김대중 정부 출범 4년 평가’ 토론회도 현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종합적으로 보여줬다. 여야 정치인과 학자들이 참석한 이 토론회의 결론은 정치개혁, 경제개혁, 사회(복지)개혁 등이 정부의 의욕과 달리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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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치개혁은 국회의원 수 축소 외에 제대로 된 게 없다” “150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금융권의 부실채권비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들은 현 정권의 우군이었던 개혁성향인사들이 주로 제기한 것이어서 더욱 뼈아픈 것이었다.

▽개혁의 실종 경위〓경제위기 극복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국민의 정부 초기 고통분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개혁추진에 대한 구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상황은 2000년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전후해 일변했다.

김 대통령은 99년 하반기 경제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서둘러 외환위기 극복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4·13 총선 승리, 나아가 정권 재창출을 의식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개혁정책은 여야 정쟁(政爭)의 소재가 됐고 개혁의 공감대가 무너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햇볕정책에 대한 집착도 개혁 표류의 주요인 중 하나. 특히 정부는 금강산관광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가 부도위기에 몰린 현대그룹에 대해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특혜’란 비판을 무릅쓰고 출자전환 조치를 취함으로써 경제구조조정의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현대의 금강산관광사업에 따른 누적적자는 아예 관광공사가 떠맡았다.

이를 계기로 ‘대북 퍼주기’를 둘러싼 좌우 이념대립까지 빚어지면서 각종 개혁작업은 그 명분마저 논란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취약한 개혁추진 리더십〓현 정부가 집권 후에도 여전히 야당적인 리더십을 고수해 국정운영을 시스템화하는 데 실패한 점도 개혁 실종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성대 권해수(權海秀) 교수는 “현 정부는 투쟁에서 제도화로, 소수집중에서 다수 분산으로 권력시스템을 바꿔야 했으나 여당 내에서도 ‘소수독점’이란 비판이 나올 만큼 이를 무시한 결과 다수를 등돌리게 하고 개혁 추동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즉 특정지역을 둘러싼 인사편중 논란과 여론의 비판을 무시하는 온정주의식 인사가 관료조직 등을 방관자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또 공조직을 불신하는 김 대통령의 권력운용방식은 집권당마저 무력화시킴으로써 결국 개혁정책의 ‘추종자’만 있을 뿐 당위성의 국민적 설득에 나설 ‘전도사’가 없는 기현상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많다.

▽무원칙과 준비부족〓무엇보다 개혁정책의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무원칙과 준비부족은 개혁 추진력을 스스로 떨어뜨린 결정적 원인이었다.

정부는 국민연금(99년 4월), 고용보험(99년 10월)과 산재보험(2000년 7월) 가입 대상을 모든 근로자로 확대하고 2000년 7월 직장 지역의료보험 통합 및 의약분업실시, 2000년 10월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를 도입키로 하는 등 사회복지 분야 개혁 조치들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한꺼번에 쏟아냈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경우 대상과 지급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이 불합리하다는 논란을 빚었다. 의료개혁은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개혁추진이 가져올 비용과 효과를 정확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밀어붙였다. 그 결과 의사들의 파업에 이어 건강보험 재정파탄 시비를 낳았고 결국 보험료 대폭인상으로 결말지어져 의료소비자들의 부담만 늘어났다.

성균관대 김경수(金慶洙) 교수는 “현 정부의 복지정책은 기본철학이 불분명한 데다 준비작업이 미흡했고 행정편의주의까지 겹쳐 정작 수혜자인 소외계층으로부터도 외면당했다”고 지적했다.

이해찬(李海瓚) 전 교육부장관이 중심이 돼 추진한 교육개혁도 이상론에 치우쳐 교육현실과 유리된 개혁정책이란 비판을 샀다.

또 98년 2월 2원14부5처14청의 정부조직을 17부2처16청으로 축소개편한 행정개혁조치는 99년 5월 기획예산처와 국정홍보처 중앙인사위원회 신설, 2001년 부총리제 부활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후퇴하는 양상이었다.

금융 기업 노동 공공부문 등 경제분야 개혁도 무원칙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등 부실기업 문제가 아직껏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도 기업구조조정에 민간자율이라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현 정부의 주요 개혁정책 추진일지
98년2월1차 정부조직개편2원14부5처14청을17부2처16청으로 축소
98년3월5대 재벌, 7개 업종에 대한 빅딜 추진 발표
98년4월1차 금융구조조정 추진계획 발표5개 은행 퇴출, 공적자금 35조7000억원 투입
98년10월교육개혁조치성적 위주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특기를 반영토록 대입전형 틀 변경
99년4월국민연금 가입대상을 모든 근로자로 확대
99년5월2차 정부조직개편기획예산처 국정홍보처 중앙인사위 신설
99년7월현대전자, LG반도체 경영권 인수
99년10월 고용보험 가입대상을 모든 근로자로 확대
2000년7월 직장 지역의료보험 통합 및

의약분업 실시
의료계 등 반발 파업
2000년9월2차 금융구조조정 추진계획 발표공적자금 50조원 추가조성, 우리금융종합지주회사 출범 등
2000년10월국민 기초생활보장제 도입가구당 최고 월 96만원까지 기초생활보장비 지원
2001년1월3차 정부조직개편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제 도입, 여성부 신설

윤승모 기자 ysmo@donga.com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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