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학교선택권 줄이고 근거리 배정비율 늘려야"

  • 입력 2002년 2월 21일 18시 25분


수도권 평준화지역 고교 재배정 사태를 계기로 이번에 드러난 학생 배정방식 등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기지역 학부모 단체들과 전교조 등은 21일 현행 배정방식대로 할 경우 근거리 진학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근거리 배정을 높이기 위해 1단계(선지망 학교군 배정)와 2단계(근거리 배정)의 배정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은 구역별로 중학교 졸업생과 고교 신입생 정원이 맞지 않기 때문에 일부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배정방식 수정 여부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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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배정 비율 논란〓이번에 가장 쟁점으로 부각된 문제는 ‘원거리 배정’이었다. 재배정 이후 2000여명의 학생들은 “2시간씩 걸리는 학교에 어떻게 다니느냐, 근거리 학교로 재배정하라”며 원거리 배정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경기도교육청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근거리 학교로의 전학을 허용하는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 이번 사태를 유발한 경기도 내 평준화지역 학생 배정 방식은 학군 내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하는 서울과는 다르다.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높이기 위해 1단계 배정에서 다른 구역(원거리) 학교라도 지원이 가능토록 했다. 이에 따라 1단계에서 지역별로 40∼70%까지 학생을 선발하다 보니 자기 구역 내 학교에 진학하는 비율이 자연히 낮아지는 현상이 빚어졌다.

참교육연대 등 학부모 단체들과 전교조는 당초 평준화 취지에도 부합되도록 학생의 학교 선택권(1단계)을 줄이고 근거리 배정(2단계)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경기지부 박효진 정책실장(40)은 “수원은 1단계 비율이 70%나 돼 기존 고교간 서열화가 그대로 고착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지역별로 10∼20%씩 1단계 비율을 낮추면 상당수 학생들이 근거리 학교를 다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 장기원 부교육감은 “구역별 중학교 졸업생수와 고교 신입생 정원이 맞지 않기 때문에 구역 내 배정을 무리하게 늘릴 수는 없다”며 “이번 학생배정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지역별로 1, 2단계 비율 수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기피 학교’ 문제〓시설이 낙후됐거나 통학거리가 먼 성남의 4곳, 고양의 2곳 등 12개 고교가 학생과 학부모들이 기피하는 학교로 나타났다. 재배정 이후에도 고양과 성남 등지의 학부모 1000여명은 기피 학교를 평준화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특별예산 지원 등 교육환경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만 하고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이대로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경기지부도 “평준화지역에서 기피 학교를 제외하는 것엔 반대하지만 학부모들을 설득하기 위해 도교육청이 서둘러 교육환경 개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특정 고교를 제외하는 것은 평준화 취지와 어긋난다”며 “이들 학교에 대한 지원을 늘려 교육환경을 개선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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