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총장 취임 한달]'위기의 검찰' 안정은 찾았지만…

  • 입력 2002년 2월 17일 18시 20분


‘난파 위기’에 처한 검찰을 구원할 ‘선장(船長)’으로 검찰 안팎의 신뢰와 기대를 모으며 취임한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이 17일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이 총장에 대한 가장 시급한 기대와 과제는 두 가지로 요약됐다. 검찰조직의 ‘안정’과 ‘쇄신’이었다.

‘안정’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다.

몇 년째 계속돼 온 극심한 ‘검란(檢亂)’도 진정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조직 구성원들도 평온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쇄신’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이 총장 취임 후 가장 주목받은 ‘사건’은 두 차례의 인사. 검찰 인사권자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통상적으로 검찰총장의 의견이 상당한 정도로 반영되는 점에 비춰볼 때 이 총장의 ‘쇄신 의지’가 인사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 쏠렸다.

정치권의 외풍이 작용하면서 진통을 겪었던 검사장급 간부 인사는 의외의 인사가 요직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 단행된 중간 간부 인사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무엇보다 부실 수사에 대한 문책 기준과 원칙이 흔들렸다는 지적이 앞선다.

예를 들면 지난해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수사라인 가운데 당시 유창종(柳昌宗) 대검 중수부장에 대해서는 ‘사형선고’(검찰 간부의 표현)나 다름없는 중징계 조치를 취하고 다른 책임자 3명에 대해서도 강한 책임을 물으면서도 ‘특정지역’ 출신의 간부에 대해서는 ‘수평이동’으로도 볼 수 있는 가벼운 조치를 취했다. ‘진승현(陳承鉉) 게이트’ 부실 수사에 대한 문책도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많다.

요직인 서울지검 2, 3차장 인선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이 자리에는 각각 청와대와 국회에 파견됐던 검사들이 임명됐다.

이 밖에도 전임 검찰국장 등 실무진이 완성해 놓은 인사안 가운데 실무 요직 5, 6자리가 인사 발표 하루 전에 갑자기 바뀌고 그 여파로 일부 지청장과 차장들이 한직으로 ‘튕겨 나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검 연구관과 과장, 법무부 과장급 인사에서는 ‘숨은 진주’를 발굴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한 중견 검사는 “인사에서 원칙과 기준보다는 정치적 역학관계가 많이 작용한 흔적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명재호(號)’가 난파 위기는 면했지만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도 하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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