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준화 보완책 졸속 안돼야

  • 입력 2002년 2월 16일 18시 06분


교육인적자원부가 2002년 업무추진 계획에 고교 평준화 보완대책을 포함시켜 발표한 것은 때늦으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74년 평준화 제도가 도입된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평준화 제도가 내세웠던 교육 기회의 평등 못지않게, 21세기를 이끌 인재의 양성에도 국가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하향평준화로 비판받아온 평준화 전반에 걸쳐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부도 평준화의 맹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를 만들었고 사립학교의 요구를 받아들여 고등학교가 학생 선발권을 갖는 자립형 사립고를 허가했다. 이번 보완책도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의 수를 늘리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조금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과연 실효성있는 대책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서울 지역의 경우 교육청의 반대로 자립형 사립고는 아예 허용되지 않고 있다. 다른 지역의 사립고교들도 허가 요건이 까다로워 자립형 사립고 전환을 엄두를 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교육부가 처음부터 실현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특목고의 파행 운영은 더욱 회의를 갖게 만든다. 수학 물리 등 과학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과학고에서 의대에 진학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어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세워진 외국어고에서도 법대 상대 등 인기학과에 진학하는 경우가 흔하고 교차지원으로 자연계의 의대를 가기도 한다. 이런 마당에 교육부가 특목고 수를 늘린다고 해도 결국 입시준비기관의 역할밖에 기대하기 어렵다.

평준화 보완책은 미래 국가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 점에서 이번 대책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밑그림부터 다시 그린다는 자세로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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