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꼴사나운 '교육 갈등'

  • 입력 2002년 2월 15일 18시 33분


재정경제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 문제의 해법을 놓고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진념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일제강점기의 교육이 더 나았다”며 고교 평준화 폐지를 주장한 데 이어 교육부가 반대해 온 대학기여입학제에 대해서도 14일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경제부처로부터 잇따라 공격을 받은 교육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공식의견서를 내고 진 부총리를 정면으로 비판해 꼴사나운 감정 싸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우리가 실망감을 느끼는 것은 정부 당국자들이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으로 국민에게 비치기 때문이다. 재경부도 필요하다면 교육정책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교육이 잘못돼서 경제가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접근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논쟁의 본질이 아닐 뿐더러 정부 부처로서 책임 회피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교육부가 재경부에 대해 ‘경제정책 실패를 호도하기 위해 교육 문제를 들먹인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감정적인 대응에 불과하다.

논쟁의 절차와 방법도 적절치 않다. 고교평준화 폐지 문제가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라면 하루빨리 부처간의 협의 등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두 부처는 간담회나 기자회견을 통해 산발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과연 무엇을 얻자고 하는 것인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일단 이런 식의 수준 낮은 논쟁이라면 빨리 중지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이번에 제기된 교육 현안에 대해 ‘시기상조’를 이유로 내세우며 ‘안 된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현 정권 들어 교육정책의 난맥상이 더 심화됐다는 점에서 주무 부처인 교육부는 겸허하고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 어차피 교육 현안들이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이해가 엇갈리는 민감한 문제로 떠오른 만큼 정부 내에 별도의 논의기구를 만들어 해법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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