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게이트’ 권력 핵심 줄줄이 연루

  • 입력 2002년 1월 27일 18시 28분



‘이용호(李容湖) 게이트’가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연루사실이 드러나면서 몇 단계에 걸쳐 성격이 바뀌어 왔다.

이용호씨의 주가 조작과 횡령 혐의에서 출발, ‘이용호 게이트’로 발전했으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의 사건 주도가 드러나 ‘이형택 게이트’로 변질되는가 했더니 급기야 ‘청와대 게이트’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처음에는 사건이 이용호씨 개인 비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듯했다. 이용호씨가 KEP전자공업과 삼애인더스를 인수한 뒤 회사돈 683억원을 빼돌리고 2000년 12월∼지난해 2월에 주가조작을 통해 154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2001년 9월 구속된 것이 그 줄기.

주가 조작 수단은 이용호씨가 지난해 2월 공시를 통해 발표한 해저 보물 발굴 사업이었으며 이 사업은 이씨와 전 D금고 소유주 김영준(金榮俊)씨가 주도했다.

나아가 주가 조작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무마시키기 위해 권력기관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건이 ‘게이트’로 질적 변화를 일으켰다.

그러나 특별검사팀의 수사 도중에 이형택씨가 보물 발굴 사업의 수익 15%를 받기로 약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형택씨가 사건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특히 이형택씨는 ‘이용호 게이트’ 훨씬 이전인 이 사업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99년 8, 9월 전남 진도 해저에 매장돼 있다고 소문난 보물을 발굴하려는 최도형씨 등 업자들을 만났다. 그 이후 청와대 국가정보원 해군 등에 직접 지원을 요청하는 등 발벗고 나서 이 사업을 주도한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그 이후 이형택씨는 2000년 7월 동화은행 후배인 허옥석(許玉錫·구속)씨를 통해 이용호씨를 소개받아 그 해 11월 발굴 수익의 15%를 나눠 갖기로 약정했다.

이형택씨가 해군 등에서 사업의 타당성이 없다는 설명을 들은 뒤에도 이용호씨를 끌어들여 이를 밀어붙이려 한 점에서도 사건의 본질이 ‘이형택 게이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 여기에 이 수석과 엄익준(嚴翼駿·사망) 전 국정원 2차장 등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고 또 다른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으면서 ‘청와대 게이트’ 내지는 ‘대통령 친인척 게이트’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삼애인더스가 해외 전환사채(CB) 300만달러를 인수하도록 한국산업은행과 이면계약을 맺은 과정이나 주가 조작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 무마 과정에도 청와대 등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더욱 증폭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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