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후 항생제 사용 줄었다”

  • 입력 2002년 1월 15일 17시 44분


지난해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의약분업이 실시된 뒤 항생제와 주사제, 스테로이드제 사용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약물 오남용 방지를 통해 국민건강권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명분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그동안 의료계가 의약분업제가 실시된 뒤 ‘항생제 처방이 줄지 않고 있다’는 등 이유로 의약분업 폐지를 주장해온 것과는 상반된 것이다.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의약분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기 시작한 2001년 2·4분기(4∼6월)에 원외처방전을 받은 환자 가운데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100명 가운데 49.1명이었으나 3·4분기(7∼9월)에는 42.73명으로 13%가 감소했다.

건수로 보면 2001년 2·4분기에 국내 전체 의료기관이 발행한 원외처방전 1억37만건 가운데 항생제 처방전은 4918만건이었으나 3·4분기에는 9638만건 가운데 4118만건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항생제 처방 실태는 의약분업이 도입(2000년 7월)되기 전인 2000년 초 항생제 처방비율(정부 비공식 통계)이 58.9%에 이르렀던 데 비하면 더욱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항생제 사용이 감소한 것은 의원의 보험급여 청구 건당 항생제 처방 품목수가 의약분업전인 2000년 5월 0.9개에서 2001년 5월 0.79, 2001년 11월 0.69개로 계속 감소한 데서도 확인됐다. 또 원외처방전을 받은 환자 가운데 주사제 처방을 받은 환자는 지난해 2·4분기 때 100명당 12명에서 3·4분기에는 6.33명으로 무려 47%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수로는 2·4분기 때 전체 원외처방전 발행 건수 1억37만건 가운데 1204만건에서 3·4분기에는 9638만건 중 609만건으로 전체 건수와 비율이 동시에 크게 감소했다.

또 전국의 의료기관 전체 청구 건당 스테로이드제가 차지하는 비율도 0.19개에서 0.17개로 11% 감소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약분업은 2000년7월 도입됐지만 의료계 파업사태, 의료재정 악화 등으로 제대로 실시되지 못했으며 2001년 중반 이후부터 제대로 실시되고 있다”면서 “이 때를 전후해 보험 청구액 실태를 처음으로 비교한 결과 의약품 오남용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김원길(金元吉) 복지부장관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2001년 의약분업 성과’ 자료를 국무회의에 보고한 데 이어 최근 각급 의료기관에 관련 서한을 발송하는 등 대민 홍보 활동에 들어갔다.

김 장관은 이 서한에서 “의약품 오남용을 억제하여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의약분업이 의약계의 고뇌 어린 이해와 협조로 점차 자리잡아 가고 있다”며 항생제 등 사용이 감소한 통계를 공개했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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