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21 기술인증前 정통부에 제품 설치

  • 입력 2002년 1월 8일 17시 58분


‘수지 김 살해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윤태식(尹泰植)씨와 윤씨가 대주주인 패스21에 대한 정보통신부와 국가정보원의 조직적 비호 의혹이 검찰 수사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98년 9월 설립된 무명의 중소기업이 일약 ‘스타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배경과 이를 가능케 했을 정 관계 로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패스21의 기술 보유 경위〓윤씨는 서울경제신문 김영렬(金永烈) 사장의 부인 윤모씨의 재정적 도움을 받아 성장했다.

당시 윤태식씨는 지문인식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B사의 사장 김모씨와 동업하면서 B사의 인력과 기술을 그대로 넘겨받았고 윤씨의 어음을 할인해 지분 획득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 당시 패스21의 지분은 윤태식씨 60%, 김씨 10%, 윤씨 16%, 김현규(金鉉圭) 전 의원(패스21 감사) 10%였다.

윤태식씨와 김씨는 99년 말 이익 배분 등의 문제로 갈라섰으며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 내정자 자리에서 사임한 김성남(金聖男) 변호사도 이 때 패스21의 고문 변호사가 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윤태식씨가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한 것도 아니며 ‘국정원이 비호 차원에서 기술을 윤씨에게 넘겨줬다’는 의혹도 지나친 해석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그러나 B사의 당시 기술 수준은 패스21의 현재 기술 수준에 비해 격차가 커 특정 세력이 패스21에 도움을 줬다는 견해도 여전히 유효하다.

▽국가 기관의 조직적 비호 없었나〓검찰은 패스21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시기를 기술시연회를 처음으로 열고 2차 유상증자를 한 99년 12월 전후로 보고 있다.

패스21의 정 관계 로비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정통부 정보보호과 실무자가 남궁석(南宮晳)당시 정통부장관의 지시를 받고 ‘패스21 지문인식기술 검토보고서’를 낸 것도 이 무렵이다.

보고서에는 패스21이 원천 기술을 공개하지 않아 기술 수준을 평가할 수 없다고 돼 있으나 이 보고서가 작성되기 석 달 전인 99년 9월 정통부 노희도(盧熙d) 국제협력관은 이미 패스21의 지문인식시스템을 정통부 전산관리소에 설치, 패스21의 기술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정보통신 보안업체들은 각종 공공정보 보호 규정 때문에 정통부와 국정원에 원천 기술과 보안 방식을 공개한 뒤에야 정부 기관에 납품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99년 9월 이전부터 국정원이나 정통부 장관 등이 윤씨의 뒤를 봐줬기 때문에 패스21 제품이 정통부에 납품될 수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그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윤태식씨에게서 활동비를 받고 잠적한 전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검거에 주력하는 한편 다른 정부 기관의 조직적 비호 의혹도 광범위하게 수사 중이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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