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금융기관 연쇄 총기강도 비상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57분


전국의 금융기관들이 ‘총기 강도 공포’에 떨고 있다.

11일 대구의 엽총 은행강도 사건에 이어 21일 대전에서 2인조 권총살인강도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연말에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연쇄 총기강도는 매우 드문 일”이라며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23일에는 은행강도 짓을 위해 총포사를 털려던 20대가 전북 전주에서 검거돼 ‘모방범죄’가 확산되는 징후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범행의 대담성과 치밀함〓최근의 강도사건은 대담성과 치밀함이 가장 큰 특징. 이들은 경계가 삼엄한 은행을 표적 삼아 총기 살인까지 서슴지 않았다. 특히 대전의 권총강도는 달아나는 은행직원을 겨냥해 실탄을 3발이나 쏴 살해하는 잔인함을 보였다. 가짜 총기로 위협만 하던 기존의 은행강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 범행의 치밀함은 갱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라는 게 경찰의 설명. 대구와 대전의 두 사건 모두 범행에 소요된 시간은 고작 3, 4분에 불과했다.

대전의 경우 돈이 은행으로 들어오는 시간을 정확히 파악해 기다리고 있었고 미리 준비한 승용차로 최단 시간에 경찰을 따돌리고 도주한 것은 여러 차례의 사전답사 및 예행연습을 거친 증거라고 범죄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왜 이러나〓물론 근본적인 원인은 갈수록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한탕주의’를 꼽을 수 있다.

여기에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현금이 몰리는 ‘세모(歲暮)의 금융기관’이 강력범죄의 타깃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또 칼과 같은 흉기가 더 이상 효과적인 위협수단이 되지 못하자 범죄자들이 총기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범죄를 예방해야 할 경찰로서는 지난 2년간 ‘내부 개혁’을 명분으로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한 것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조직의 위아래 모두 대외홍보 등 전시(展示)업무에만 매달려 민생치안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대책〓경찰관계자는 “지속적인 방범활동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해 답답하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은 ‘유사범죄’를 막기 위해 연말까지 가용한 경찰 병력을 총동원해 전국의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특별방범활동에 돌입한 상태이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최인섭(崔仁燮) 범죄동향연구실장은 “갈수록 범죄의 치밀성과 대담성이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총기류의 관리와 취급에 만전을 기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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