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서울대 발전을 위한 해외석학들 충고

  • 입력 2001년 12월 16일 23시 05분


미국 유럽 일본의 석학 6명으로 구성된 ‘블루 리본 패널’의 서울대 관련 보고서는 한마디로 “서울대를 세계 일류 대학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교수 연구실적과 재정, 교육 프로그램의 질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서울대가 현재 세계 주요 대학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패널은 “서울대가 국가 경쟁력과 대학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한 점을 감안할 때 서울대 개혁은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의 열악한 현실〓보고서는 서울대가 학생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의 연구 실적 등은 무시하더라도 우선 서울대는 질높은 교육에 필요한 기본 시설마저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

우선 서울대의 예산은 미국 하버드대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서울대의 예산은 대체로 정부에 의존하고 있으며 한 해 예산 중 10%만을 독자적으로 쓸 수 있어 대학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가 불가능한 실정이란 것.

서울대 도서관 예산은 하버드대의 2300만달러, 도쿄대의 1600만달러에 턱없이 못 미치는 240만달러(약 31억2000만원)에 불과하고 장서수도 하버드대의 4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의 기금은 1억1300만달러(약 1469억원)로 하버드대의 207억달러의 0.5%에 불과하다.

하버드대 기부금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약 21%의 운영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서울대의 기부금 운영 수익은 같은 기간 중 7%에 불과한 등 효율적으로 기금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울대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육의 질에 대한 재학생들의 만족도도 크게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생 89%는 ‘대학에서 받은 교육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학원 진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생도 78%나 됐다.

서울대생의 학습 열기도 보잘것없어 수업시간 외에 하루 공부하는 시간이 1∼2시간인 학생이 30%로 가장 많았고 1시간 미만이 26%, 전혀 안한다는 학생도 13%나 됐다. 이는 자문위원단의 의뢰를 받아 세계적인 컨설팅사인 ‘매킨지’가 서울대생 68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개선 권고〓보고서는 서울대가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의사결정권 확보와 충분하고 안정적인 재원 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대 총장을 지낸 5명의 임기는 2.6년으로 하버드대(21년) 미시간대(10.5년) 등 미국 대학의 평균인 7년에 훨씬 못 미쳐 독자적인 정책 마련과 집행,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해결 방안으로 교수, 동문, 외부 명망가, 외국인 학자 등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총장의 임면과 대정부 협상, 재정 감독과 평가 등을 맡길 것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대학내에 경쟁제도를 도입해 연구실적을 바탕으로 한 평가제도 도입과 해외 학자 유치, 계약제 및 연봉제 도입 등을 권고했다.

이 밖에 보고서는 서울대 예산의 정부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재원 조달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철·최호원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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