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연내 입법 힘들어…어떻게 되나

  • 입력 2001년 12월 11일 18시 37분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입법이 해를 넘기게 됐다. 주 5일 근무제는 앞으로 도입될 수 있는 것일까. 그 경우 도입 시기는 언제가 될까. 노사정 협상 개시 당시에는 ‘도입은 시간문제’ 라는 분위기였지만 노사간 의견차,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내년중 실시 난망’이란 관측 마저 나오고 있다. 핵심 쟁점과 정부의 단독 입법 추진을 둘러싼 각종 변수 등을 종합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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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근무제 실시를 위한 입법이 노동계와 경영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2002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정부는 노사 합의가 힘들 것으로 보고 독자 입법을 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정부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 노사정위원회가 ‘노사 합의 결렬’을 보고하는 형식을 밟은 뒤 입법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변수가 더 많아 법안 통과는 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첨예한 노사간 견해 차가 해가 바뀐다고 해서 좁혀질 것 같지는 않으며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장과 대통령 선거 등 양대 선거가 예정돼 있다. 또 월드컵과 부산아시아경기대회 등 각종 국제 행사로 주5일제 도입에 대한 논의자체가 미루어질 가능성도 없지않다.

▽내년 2월 임시국회가 마지노선〓정부는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단계적으로 주5일 근무를 실시한다는 일정을 세웠다. 여기에 일정을 맞추려면 내년 2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법안 통과의 시한이다. 법안에 대한 당정협의와 관계부처 조율, 입법예고 등 절차를 거쳐 상정하기까지 60일이 넘게 걸리며 통과 뒤에도 시행령 제정 등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데 비슷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 내에서도 ‘노사 합의 전제’로 추진하자는 온건론과 ‘독자 입법 불가피’라는 강경론이 팽팽하게 맞서왔다. 어느 쪽이던 내년 2월 임시국회를 넘기면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 단독 입법 가능성〓정치권은 정부가 단독으로 임시국회에 입법안을 상정할 경우2002년 안에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사가 합의하지 않으면 정치권이 느끼는 압력이 낮을 수 밖에 없고 여야의 정치적 계산이 서로 다르기 때문.

특히 양대 선거를 앞둔 여야는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중요한 득표 요인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주5일 근무제가 2002년 안에 실시되면 현 정부의 치적(治績)이 되기 때문에 야당이 법안 통과에 쉽게 동의해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관계자들은 대체로 정부가 단독 입법을 할 경우 임시국회에 상정되더라도 여야간의 논의과정이 길어지면서 법안이 계류된 채 해를 넘겨 다음 정부에서 다시 상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부는 주5일 근무제가 여야 모두 16대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었고 수차례의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찬성하고 있어 법 제정을 계속 미룰 수 만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노동계는 정부 입법이 성사되지 못하면 개별 사업장 단위로 단체협상을 통해 주5일 근무제를 관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경우 각 노조의 힘에 따라 기업의 주5일 근무제 채택 여부와 내용이 달라 질 것으로 보인다.

▽노사합의 후 통과 가능성〓노사가 합의안을 도출하면 정치권도 법안 통과 압력을 강하게 받게 된다. 실제로 98년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한 뒤 노사정이 의견일치를 본 사안은 거의 그대로 입법에 반영돼왔다.

정부가 단독입법에 나서면서도 막후에서 노사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것도 법안 통과를 확실하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장영철(張永喆)노사정위원장도 “법안 상정이 문제가 아니라 국회에서 통과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노사 합의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정부는 개정 법안을 내놓은 뒤 노사가 합의하면 그 내용을 즉시 반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정부 입법과 노사 합의가 병행되더라도 일부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정치권의 득표 계산, 노사의 치열한 로비전이 맞물리면서 시행 시점이 정부 의도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시기를 2003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각종 선거에서 현 정권에 유리한 소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없애겠다는 것. 경기 회복 조짐이 있을 때 실시해 경영계의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주장 역시 시행시기에 변수로 작용할 것 전망이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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