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돈]후보1명이 30억이상 쓰기도

  • 입력 2001년 12월 9일 17시 58분


지난해 4월13일 실시된 16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선거와 관련해 실질적으로 지출한 자금 총액이 많게는 30억원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후보자들(당선자와 차점 낙선자)이 스스로 밝힌 실질적인 선거비 지출액 평균도 5억1만원으로 법정선거비용 한도액(전국 평균 1억1600만원)의 4.5배 가까이나 돼 선거자금의 불투명성과 난맥상이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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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실은 동아일보사와 연세대 국제학연구소 및 미국 아시아재단이 ‘정치자금 제도의 한미일 비교연구’의 일환으로 올 6월부터 8월까지 4·13 총선에 출마한 여야 후보자 70명을 표본추출, 대면 인터뷰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밝혀졌다.

전국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비공개 직접 진술을 토대로 언론사와 학계 공동으로 정치자금 수입 지출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실사가 이뤄진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연세대 국제학연구소는 10일 오후 2시부터 연세대 새천년관에서 세미나를 개최한다.

조사 결과 4·13 총선에서 9억원 이상을 썼다고 밝힌 사람이 11명(15.9%)이었고 7억∼9억원 9명(13.0%), 5억∼7억원 12명(17.4%)으로 절반에 가까운 32명이 5억원 이상을 썼다고 응답했다.

또 3억∼5억원 16명(23.2%), 1억∼3억원 10명(14.5%)이었고 1억원 미만은 11명(15.9%)에 불과했다. 출마자들 중 80% 이상이 스스로 선거법을 위반했음을 실토한 셈이다. 응답자 중 1명은 지출 액수 공개를 거부했다.

특히 서울지역에서 출마한 한 민주당 후보는 “중앙당이 마련해 준 지원금만도 5억원이나 됐다. ‘386후보’가 출마한 전략 지역과 경합 지역에는 비슷한 규모의 액수가 지원된 것으로 안다”고 밝혀 중앙당부터 선거법 위반을 조장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이 액수는 출마자들이 스스로 밝힌 실질적 선거비용이라는 점에서 선거준비기간부터 들어간 여러 가지 간접비용과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실제 선거와 관련해 직간접으로 지출한 총액은 그보다 2∼4배(1인당 평균 10억∼2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정당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여야 3당의 621명을 포함한 총 1040명이 출마한 4·13 총선에 들어간 선거비용은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정당 관계자들은 추산했다.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 소속 후보들은 평균 4억7200만원, 한나라당 후보들은 평균 4억3200만원, 자민련 소속 후보들은 평균 7억8000만원, 무소속 후보들은 6억3100만원을 썼다고 응답했다.

선거자금의 사용 내용별로는 조직관리비가 68.1%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다음 홍보비(19.9%), 운영비(8.6%) 등의 순이었다. 이는 조직 동원에 의한 세 대결에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선거 방식이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금조달방법(1인당 평균모금액 5억1807만원)은 개인자금이 평균 2억8743만원(55.4%)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후원회 수입 1억3303만원(25.7%), 중앙당 지원금 9761만원(18.8%)의 순이어서 공식 후원회보다는 비공식적 경로를 통한 자금 조달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원·정연욱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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