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保공단 1000억 날렸다…‘연체자징수금’기록 150만건 삭제

  • 입력 2001년 11월 23일 22시 25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 9월 행정착오로 그동안 거둬들이지 못한 보험가입자들의 부당이득금(기타 징수금)에 대한 전산기록을 모두 삭제하는 바람에 1000억원 정도의 재정손실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은 23일 국회 예결위 질의에서 “건보공단은 9월 23일 공단이 징수해야 할 피보험자의 부당이득금 149만4359건, 638억9643만원에 대한 전산자료를 무단 삭제했다”며 “그 이후 부당이득금 환수를 위한 압류조치를 모두 해제하라고 각 지역본부에 시달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부당이득금을 이미 납부한 212만3547명에게 형평성 차원에서 납부금액 456억4138만원을 되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공단의 재정손실은 1000억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부당이득금은 일정 기간(99년 3월 이후 3개월이며 그 이전에는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가입자들이 건강보험적용을 받아 이들에게 지출된 공단 부담금(보험급여)이다. 규정상 공단측은 확인절차를 거쳐 이 금액을 가입자로부터 강제 징수하도록 돼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측은 “보험혜택이 중지되면 이 사실을 가입자에게 알려야 하나 통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당이득금을 환수한 것이 문제가 됐다”며 “지난해 5월 ‘보험혜택 중지 사실을 통보하지 않고 기타 징수금을 징수한 것은 부당하다’는 서울고법의 판결이 나와 이사장 결재를 받고 올 9월 부당이득금에 대한 전산기록을 정리했다”고 해명했다.

공단측은 이어 “이미 징수한 부당이득금의 환급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심 의원은 “행정소송을 낸 임모씨(39)는 금융기관에 보험료 자동납부를 신청했는데 착오로 보험료가 연체된 경우로 보험료를 고의적으로 내지 않은 대부분의 다른 연체자들과는 사정이 다르다”며 “아직 대법원의 확정판결도 받지 않았고 임씨 사례를 모든 연체자에게 확대적용해 징수권을 포기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공단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갖고 있는 보건복지부 연금보험국장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을 돌면서 ‘기타징수금을 해제(말소)하는 초법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며 “복지부가 공단의 불법행위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원길(金元吉) 보건복지부장관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철저하게 조사해 조치를 취할 것이고, 필요하면 감독책임도 지겠다”고 밝혔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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