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고리’ 풀린 번지점프 …시설점검 법규없어 사고 빈발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9시 01분


몸에 줄을 묶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번지점프가 청년층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나 관련 시설에 대한 법규가 전혀 없어 사고 방지를 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번지점프 시설은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높은데도 안전점검을 받을 의무가 없고 사고가 나도 피해자 대부분이 미리 업주측에 ‘사고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있어 서약서 내용에 따라 보상 문제에서 논란이 일기도 한다.

▽안전사고〓지난달 13일 오후 4시경 경기 가평군 대성리 번지점프장에서 중학생 김모양(15)이 50m 점프대에서 로프도 매지 않은 채 뛰어내렸으나 다행히 ‘에어매트리스’ 위에 떨어져 타박상을 입었다. 김양은 충격과 불안증세 때문에 한동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김양은 “50m 높이의 점프대에 올라가니 정신을 차릴 수 없어 미처 로프를 묶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현장 안전요원이 당연히 챙겨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해당 업주도 “착오로 안전고리를 채우지 않아 사고가 일어났다”며 과실을 인정했다.

이에 앞서 올 8월 16일 강원 강릉시 안현동 경포해수욕장 25m 높이의 번지점프대에서 뛰어내리던 한 피서객이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바닷물에 빠지기도 했다.

▽문제점〓현재 번지점프 시설은 행정기관에서 구조물 설치 허가만 받으면 누구나 영업할 수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번지점프 시설의 경우 어느 법규에도 체육시설이나 유원시설 등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법적 기준이 별도로 없고 안전점검을 받을 의무도 없다”며 “체육시설인 당구장과 볼링장보다 못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서울산업대 안전공학과 정재희(鄭載喜·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교수는 “하루 빨리 관련 법규를 제정해 안전 및 처벌기준을 만들어 사고를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번지점프를 할 때 대부분의 경우 ‘사고가 나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미리 업주측에 제출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통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서약서를 냈더라도 사고 책임이 명백하게 업주측에 있을 경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면 승소할 수도 있다.

<정경준·이동영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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