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꿈 날아가고 남은건 신용불량"…IMF악몽 계속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8시 34분


4년 전인 97년 10월 경기 고양시 일산구 ‘청구오디세이’ 870여가구를 분양받은 이들에게는 외환위기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은 법정관리상태인 ‘청구’는 당시만 해도 건실한 듯 보였다. 청구는 분당에 ‘청구오디세이’를 지어 인기를 끌자 일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더구나 연 11% 확정금리로 당시 보람은행(현 하나은행) 등이 분양자금을 가구당 최대 9000만원까지 대출해 줘 여러모로 조건이 좋았다. 두달 뒤 청구가 부도가 날 때까지는….

“만져보지도 못한 대출금을 원금에다 연체이자까지 쳐서 왜 우리가 모두 뒤집어써야 합니까.” 한 대출피해자는 이렇게 하나은행을 원망했다. 하나은행 관계자 역시 “우리도 손해액은 100억원 이상”이라고 반박했다.

보람은행 등으로부터 대출 받아 청구에 바로 넘어간 260억원을 어떤 형식으로 얼마나 갚아야할지를 두고 지난 4년간 대출고객과 하나은행은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이 돈은 청구가 물어내야 하지만 부도가 나면서 상환능력을 잃은 상태.

대출 피해자 가운데 상당수는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엄청난 물적 정신적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대출피해자들은 “은행이 청구의 자금사정을 알았던 만큼 도의적 책임을 지고 연체이자를 받지 말거나 크게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은행측은 “연체이자를 이미 크게 낮춘 만큼 더 이상 이자를 내릴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당초 하나은행은 3000만원을 빌렸을 경우 연체이자율 19%를 적용해 2000만원 가까이 이자를 받겠다고 하다가 최근 연체이자율을 6%(627만원)로 낮춘 타협안을 제기한 상태. 하지만 집도 못 갖고 대출금만 갚아야 하는 딱한 처지인 피해자들에게는 만족스러울 리가 없다. 이들은 법원에 제소했으나 모두 기각당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들이 딱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은행으로서도 크게 양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분양할 때는 마치 청구와 같이 사업하는 것처럼 하더니 이제 와서는 법적 책임이 없다고 나몰라라하는 식”이라며 “서민을 위해 하나은행은 양보를 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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