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부산 우는 서울' 호텔업계 지역별 희비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53분


‘웃는 부산, 우는 서울.’

부산과 서울의 호텔업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의 호텔들은 유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는 반면 부산은 시 차원의 ‘도시 마케팅’에 성공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8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특1급 호텔들은 미국의 테러사건과 경기불황 등의 영향으로 전체 객실 중 65% 정도만 손님이 들고 있다. 예년 같은 기간의 객실 점유율은 90%를 상회했으나 현재는 70%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롯데호텔의 경우 이미 예년보다 3주 이상 빠른 ‘윈터패키지’를 대폭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11월은 원래 다음해 상반기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기업들의 회의가 많이 열리는 기간이라 서울의 비즈니스 호텔들은 ‘준 성수기’로 친다.

물론 미국 테러사건 여파에 따른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5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 따르면 사람들의 여행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탓에 동아시아지역에 체인을 갖춘 럭셔리호텔인 샹그리라호텔도 이례적으로 객실료를 40% 할인했다. 또 최근 아사히신문은 오쿠라 등 자국의 특급호텔 투숙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부산은 현재 방이 없어 예약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개막되는 부산국제영화제에 힘입어 공식기자회견이 열리는 파라다이스호텔을 비롯해 해운대그랜드호텔, 롯데호텔 등의 객실이 100% 이상 ‘오버부킹’ 되고 있는 상태다. 웨스틴조선비치호텔 관계자는 “영화제 기간인 8일부터 17일까지 모든 방의 예약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예년의 객실 점유율이 주중 50%, 주말 75% 수준이었고 최근 호텔업계의 세계적인 불황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부산의 특수’는 올 여름휴가 시즌부터 이어지고 있는데 12월1일 벌어질 2002월드컵 조추첨 행사 등으로 연말까지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 해운대구청이 9월의 관내 특1급 호텔과 콘도 등 숙박업소의 이용객 수를 파악한 결과 지난해 4만4703명에서 5만3916명으로 21.6%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은 1만3925명에서 1만6903명으로 2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문화관광부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입국자 수는 8.4% 줄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올 가을 들어 부산국제모터쇼 부산국제관광박람회 등 시 차원에서 국제행사들을 많이 유치한 것이 숙박업계의 호황에 한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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