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피고인에 형사소송비 물린다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9시 13분


일부 판사들이 국가가 부담해온 소송비용을 앞으로는 유죄가 확정된 피고인이 직접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불필요한 절차를 통한 심리 지연이나 형사소송 남발을 제한하겠다는 의도여서 앞으로 형사 공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법 형사4∼6단독 윤남근(尹南根) 김대웅(金大雄) 김정원(金正元) 판사는 19일 “현행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소송비용을 내도록 돼있지만 이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한 상태였다”며 “앞으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지법 형사5단독 김대웅 판사는 18일 폭력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하모씨(38)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면서 “소송비용은 하씨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에 따라 하씨는 공판에 출석한 증인 2명에게 지급된 교통비 등 5만원을 책임져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186조는 ‘형을 선고할 때 피고인에게 소송비용 전체 또는 일부를 부담케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돈을 낼 수 없는 경우는 제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현행법상 소송비용은 △증인 감정인 통역인 등의 일당과 여비 숙박료 △감정료 통역료 번역료 및 기타 비용 △국선변호인의 일당 여비 숙박료 보수 등이다.

김대웅 판사는 “민사소송에서도 패소한 측이 소송비용을 부담하는데 유죄가 인정된 범죄자가 소송비용을 내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무죄가 선고된 피고인이나 혐의를 시인해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은 경우 이를 부담할 비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민사소송과는 달리 인권과 처벌이 관련된 형사사건은 국가 관할이자 의무라는 생각 때문에 판사들이 피고인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데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