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게이트로 본 검찰 현주소]"法은 멀고 緣은 가까웠다"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38분


이용호(李容湖)씨 비호의혹 검찰간부들에 대한 특별감찰본부의 조사결과에는 검찰의 문제점과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피의자에게는 억대 브로커가 개입했고 ‘한번 검사는 영원한 검사’라는 말에 걸맞게 전관(前官) 변호사들이 검사 옷을 벗은 후에도 불로소득에 가까운 거액의 수임료를 챙겼다. 또 동향이라는 이유로 동질감을 형성해 온 몇몇 검사들이 국가형벌권이라는 중차대한 공무에 사적 관계를 노골적으로 반영했다.

특감본부는 검찰조직의 위기상황을 고려해 동료 검사를 법정에 세우거나 사표를 받는 조치를 취했지만 검찰의 왜곡된 구조와 관행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유사한 일이 언제라도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수십 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 회장의 직분에 걸맞게 이씨에게는 거물 브로커인 여운환(呂運桓·구속)씨가 접근했다. 여씨는 지난해 서울지검의 내사를 받게 된 이씨에게 검찰 관계자에 대한 청탁자금으로 3억원을 받는 등 모두 20여억원을 챙겼다.

이씨가 선임한 변호인 3명의 면면은 더욱 화려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검찰 출신이고 수사관계자들과 출신지역 출신학교가 같거나 선후배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등 사적인 인연이 깊다. 브로커들이 추천하는 이른바 ‘틀림없는’ 변호사들이다.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과 임휘윤(任彙潤) 전 부산고검장은 검찰총장과 대검 강력부장 등으로 함께 근무하며 절친한 관계를 맺은 사이였다. 검사장 출신 유모 변호사는 이덕선(李德善) 전 군산지청장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또 이모 변호사는 사건 주임검사인 김인원(金仁垣)검사와 같은 대학 법학과 동기동창이다.

김 변호사는 임 고검장에게 전화 한 통을 했고 이 변호사는 서너 차례 김 검사를 만나 변론했다. 대가는 1억원씩. 두 변호사는 검찰에 선임계를 내지도 않았다.

특감 조사결과 임 전 고검장과 임양운(林梁云) 전 광주고검 차장은 각각 하급자들에게 “내 조카가 이씨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거나 “이씨를 동향 모임에서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덕선 전 지청장은 피의자인 이씨를 불러 진정인측과의 합의를 종용하는 등 ‘해결사’ 역할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커넥션’은 제도적인 개선책만으로는 차단이 어렵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제도적인 측면보다는 법조인다운 양심과 양식 이상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는 데에 검찰의 고민이 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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