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수 명예직' 지방의원 편법으로 年2000~4000만원 챙긴다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22분


연간 3000만원 이상을 받는 지방의회 의원이 과연 ‘무보수 명예직’인가.

대법원 판결로 의원 자격을 잃은 뒤에도 넉달 동안 의정활동비와 수당 등을 받은 전북도의회 박모 전의원(본보 29일자 A29면) 사건을 계기로 연간 2000만∼4000만원에 이르는 지방 의원들의 의정활동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각종 편법 동원〓일부 의원들은 회의에 출석하지도 않고 ‘출석비’ 명목의 수당을 받는가 하면 ‘원거리 여비’를 받기 위해 주소를 옮기는 등 갖은 편법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여행을 다녀오지도 않고 여비만 수령하는 경우도 있다.

의원 수 38명인 전북도의회의 경우 올해 예산 중 의원들에게 개인별로 지급하거나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비는 모두 14억3600만원으로 1인당 3778만원꼴. 광역의회 의원의 경우 의정활동비로 매월 90만원과 하루 8만원씩 회기수당(1년 회기 120일)이 지급된다.

전북도의원 1인당 연간 의정활동 지원비 내용(2001년도)
의정활동
지원비
의정활동비1,080만원
회기수당960만원



국내여비478만원
식비 등 공통운영비565만원
해외여비239만원
운영추진비(의장단판공비) 총계 1억7,000만원 
의원1인당
연간지급액
  3,322만원
평균 합계
(운영추진비
포함)
  3,778만원

여기에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1년에 한차례씩 해외여행비로 180만∼250만원이 나오고 현장 활동과 연찬회 등에 지급되는 각종 여비가 연간 1인당 400만∼500만원에 이른다. 식비 등으로 사용되는 공통운영비도 1인당 500만원 안팎.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에는 판공비 형식의 운영추진비가 의회당 1억5000만∼3억원 정도 별도로 책정돼 있다.

기초의원은 광역의원보다 약간 적지만 의정활동비 매월 55만원에 하루 7만원씩 회기수당(연 회기 80일)이 지급된다.

▽의정활동비는 ‘눈먼 돈’〓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전국 16개 광역의회(의원정수 690명)와 232개 기초의회(의원정수 3490명)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의정활동비와 회기수당만도 연간 566억여원에 이른다. 국내외 여비 등 기타 지원비를 합하면 연간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의정활동비는 ‘눈먼 돈’이나 다름없다.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은 의원들에게 회기 수당이 지급되고 회기 중에는 회의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현장활동이나 의정자료수집 등의 명목으로 수당과 여비가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의원직 상실 이후 4개월 동안 도의원 행세를 계속 한 박모씨의 경우 5월 이후 한차례도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으나 그 사이 38일의 회기 중 24일을 출석한 것으로 기록돼 192만원이 지급됐다.

박씨는 또 의회 소재지에서 60㎞ 이상 떨어진 곳에 사는 의원에게만 지급되는 하루 3만5000원의 원격지 여비를 받기 위해 실제 거주하지 않는 친척집으로 주소를 옮겨 수백만원을 더 받았다. 또 다른 의원은 올해 초 60㎞ 이내 지역으로 이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를 하지 않아 여전히 원격지 여비를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원거리에서 출석하는 의원들은 실제 숙박 여부와 상관없이 하루에 의정활동비(3만원), 회기수당(8만원), 원격지교통비(3만5000원), 숙박비(4만5000원), 식비(8300원)등을 포함해 20만원 가량을 받는다.

충남도의회의 경우 4월 공주시에 있는 공무원교육원에서 컴퓨터 교육을 실시했으나 상당수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지급된 교육여비 300만원을 뒤늦게 돌려 받기도 했다.

전북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의원들의 회기수당은 출석여부를 파악해 지급하도록 돼있지만 의원들을 ‘모시는’ 입장에서 매일 이들의 출석 여부나 집과의 거리를 따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주〓김광오기자>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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