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같은 서초동 법원청사 계단 오르내리며 법정찾기 고생

  • 입력 2001년 8월 8일 18시 28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법원종합청사에는 재판과 각종 민원업무를 보기 위한 일반인이 하루 7000∼8000명 가량이 드나든다. 20층짜리 쌍둥이 건물로 돼 있는 이 청사는 이들에게 불편하기 짝이 없다. 밖에서는 건물 자체가 워낙 육중해 위압적인 면모를 보이는 데다 안에 들어서면 마치 미로(迷路)를 헤매는 것 같다.


▽불편한 내부구조〓법원종합청사는 1989년 완공됐으며 가동(서울고법과 서울지법 형사부)과 나동(서울지법 민사부와 서울가정법원)이 6층과 20층 등의 연결통로로 이어져 있다. 각 동마다 6대의 중앙 엘리베이터와 2대의 직원용 엘리베이터, 2대의 비상용 엘리베이터가 있다. 그러나 이 엘리베이터들은 각 동의 3∼5층에 자리잡은 법정을 찾는 일반인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중앙 엘리베이터를 타고 3∼5층에 내리면 법관과 직원만이 ‘법관 전용 출입문’을 통해 법정에 들어갈 수 있게 설계돼 있기 때문.

일반인과 변호사 등은 각 동 2층에 설치된 법정 입구로 들어가 5층까지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장애인과 노약자의 경우 직원의 도움을 받아 직원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를 모르는 대다수는 힘겹게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 일부 층에는 중앙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일반인 복도로 통하는 몇몇 ‘샛길’이 생겼으나 내부구조를 잘 아는 변호사나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일반인의 불만〓이달 1일 서울지법 형사법정(가동 북쪽) 526호에서 열린 친지의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이 청사에 온 윤모씨(39·경기 용인시)는 법정을 찾는데 20여분을 허비했다.

윤씨는 가동과 나동을 착각해 나동 9층에 올라갔다가 내려와 가동으로 건너간 뒤 2층에서 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다. 윤씨는 “죄를 지은 사람도 아니고 공개재판을 보려고 왔는데 이렇게 고생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변호사는 “최근 한 70대 노인이 5층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했다가 재판이 연기되자 ‘힘들여 5층까지 올라왔는데 또 오란 말이냐’며 판사에게 역정을 내는 장면을 봤다”며 “권위주의적인 엘리베이터 운영방식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동과 나동을 오가며 여러 건의 재판에 참석해야 하는 변호사 역시 불만이다.

▽대책은 없나〓부장판사 출신으로 지난해 개업한 Y변호사는 “법관 재직 때부터 문제를 느끼고 있었지만 변호사가 돼 보니 문제가 정말 심각함을 깨달았다”며 “일반인 전용 엘리베이터를 만들거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등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운(朴燦運) 변호사는 “서울 남부지원 등 새로 지은 청사에는 법관 전용 엘리베이터와 민원인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설치돼 있다”며 “지금은 리모델링 기술이 발달해 법원이 결심만 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구조변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사 관리를 담당하는 서울고법 관계자는 “일반인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법정에 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신석호·장기우기자>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