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전장관 구속여부 검찰 내부서도 이견

  • 입력 2001년 4월 2일 22시 57분


검찰은 2일 오후 이석채(李錫采) 전 정보통신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될 경우 뒤따를 비난에 대비하기 위해 “이 전장관 귀국에 검찰과의 조율은 없었다”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끝까지 조마조마 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실 검찰은 이 전장관에 대한 영장청구 여부를 놓고 내부 토론을 벌인 결과 불구속 기소하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장관과의 사전 조율 또는 정치적 고려 등의 일부 오해가 있어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법원의 판단에 맡기자”는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이 전장관의 구속이 검찰수사의 확대를 의미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98년 초 시작된 ‘PCS사업자 선정비리 사건’ 수사의 마지막 수순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이 전장관이 LG텔레콤에서 3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는 2년 이상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지 않아 더 이상의 수사나 공소제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은 이 전장관의 직권남용 배후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하겠다고 공언하고는 있지만 더 이상 수사를 진전시킬 ‘단서’가 없다는 것이 수사팀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다. 오히려 검찰은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 직권남용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아낼 수 있을지 여부에 더욱 신경을 쓰는 눈치다.

이 전장관과 변호인측이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주장했듯이 “장관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재량권 행사”라며 치열한 법리공방에 나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서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죄목이다. 이 전장관이 LG텔레콤측에 유리하게 청문심사 배점방식을 변경해 ‘피해자’인 에버넷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권리의 행사를 방해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공공기관인 정보통신부가 정한 ‘룰’을 장관 스스로 깨가며 경쟁 상대방이 있는 특정 업체를 편든 것은 정당한 권한의 행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지법은 일단 검찰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지만 구속영장심사는 유무죄가 아닌 구속수사가 필요한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므로 이 판단이 재판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어쨌든 이 전장관이 구속됐음에도 불구하고 98년 당시 검찰 수사팀이 확고한 증거도 없이 3000만원 뇌물 수수설을 흘려 사건을 부풀린 것은 내내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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